게으른 도시농부에게는 요즘이 수확 철이라 가장 즐거울 때다. 봄에 모종을 사다 심었던 작물들의 결실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잠깐 비가 그친 틈을 타서 텃밭을 둘러보았다. 고추밭은 탐스럽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고추가 주렁주렁 열렸다. 호박과 옥수수는 영글어가지만 방울토마토는 올 때마다 한 그루씩 죽어가더니 이제 1그루만 남았다. 토마토는 물 빠짐이 잘되어야 하는 것을 알지만 쉽지 않다. 내년부터 방울토마토는 사먹는 게 최선일 것 같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장맛비가 내리는 것 같다. 일기예보에 다음 주 월요일까지 비가 온단다.
장마가 시작되면 농부는 긴장해야한다. 애써 가꾼 작물이 물에 고여 죽거나 비바람에 휩쓸리지 않게 하려면 도랑을 쳐주고 쓰러진 작물을 세워서 묶어주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런데 몇 포기 안 되는 작물이지만 그것마저도 모기 때문에 쉽지가 않다. 고추를 몇 개 따다 보니 고춧잎 아래에서 비를 피하던 모기가 떼로 달려들어 피를 빨기 시작한다. 금세 온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오면서 가려워진다.
모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잔뜩 수확만 하고 발길을 돌리자니 곡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음에 올 때에는 긴 옷을 입고 거름도 보충해 주고 무거워진 가지가 꺾이지 않도록 끈도 묶어주고 간간히 보이는 잡초도 뽑아줄 채비를 갖추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