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언덕에 작고 하얀 박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호박꽃은 세상 흔하디 흔하지만 박꽃은 좀처럼 구경하기가 어려운 요즘인데요. 뜻밖에 텃밭에서 활짝 웃고있는 박꽃을 맞이하니 기분마저 환해집니다.
호박잎 쌈을 좋아해서 텃밭에 호박 모종을 사다 심었는데 날이 갈수록 이상해서 보니 박 넝쿨이었고, 드디어 개화를 시작했습니다.
박꽃은 밤에만 활짝 피는데다가 개인 사정으로 오랫동안 텃밭을 찾지 못하는 날이 많아 이렇게 예쁜 박꽃을 볼 날이 많지는 않습니다.
큰 보살핌 없이도 한 달 전부터 갑자기 폭풍 성장하더니 개화까지 두 달 걸렸네요.
박꽃도 호박꽃과 마찬가지로 암꽃과 수꽃이 다른데요. 주변에 꽃이 없어서 그런지 벌도 보이지 않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붓이라도 하나 들고 왔을 텐데, 하는 수 없이 손가락으로 수꽃의 꽃가루를 묻혀 강제 수정을 시켜주고 내려왔습니다.
농부의 딸로 태어나서 어려서부터 박꽃과 호박꽃을 일상으로 보고 자란 터라, 종묘상 주인에게 묻지도 않고 골라서 사왔는데 이런 사소한 실수 때문에, 올해는 양념 젓갈에 호박 쌈 먹기는 틀렸지만 대신 박나물이라도 듬뿍 먹을 수 있게 주렁주렁 열렸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