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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대, 아들 결혼식 이야기

  • 기자명 김다남 기자 (kdn3121@hanmail.net)
  • 조회수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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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아들 결혼식 날짜를 9월 19일로 정해 놓고 결혼 준비를 했다.

어쩜 이렇게 잘 풀릴까? 모든 것이 일사천리로 척척 진행됐다.

복덩이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데 걸림이 없다.

8월 초, 예식장 측에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되면 식사 제공이 안된다는 안내문이 왔다. 설마하면서도 마음은 여유로웠다.

 

그런데 광화문 집회 이후 전국적으로 확진자가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결혼식까지 한 달이 남았기에 한가닥 희망을 갖고 있었다.

정부와 방역당국을 믿고, 곧 평화가 오겠지하는 기대감을 잃지 않았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며칠사이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었고, 3단계에 준하는 2.5단계가지 격상되었다.

 

예식장에 입장 가능한 인원은 총 50명, 식사는 미제공된다. 신랑 측 인원은 22~23명까지 입장이 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지만, 기약할 수 없기에 예식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고민됐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사람이 살다보면 문제는 매번 발생한다. 생기는 문제는 풀면서 사는 게 평소 나의 지론이다. 방법을 모색해 보자. 식당을 정해서 추가 인원을 그곳으로 안내하자 싶었는데, 알고보니 식당 또한 10명 이하만 입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었다.

 

결혼식 날짜는 다가오는데, 그럼 누구를 참석시켜야 하는지도 고민되었다. 직계가족 8명과 친가 12명, 그렇다면 친정식구는 아무도 못 오는 상태가 된다.

며칠을 고민하고 있지만,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다. 결혼 당사자들은 얼마나 고민하고 있을까? 일생에 한 번 뿐인 결혼식을 말이다. 아이들이 너무 짠하다.

 

예식 2주를 앞두고, 야외식장으로 바꾸자는 연락이 왔다. 야외는 100명인데 관계자 빼면 양측 80명, 우리측은 40명 중 친구 10명과 혼주포함 식구들 30명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가? 길이 열리고 앞이 보인다. 30명이면 자식들과 양쪽 형제들과 사촌들은 대표 1명씩으로 참석자 명단의 테두리가 잡혔다.

 

안내문을 띄웠다. 그런데 난감한 일이 또 생긴다. 와야할 사람들이 못 온다는 연락을 받았다. 식장 주변이 코로나 밀집 지역이라 무어라 말 할 수는 없었지만, 참석해야 할 사람들이 못 온다닌 서운함이 생기고, 안 와도 되는 사람들이 온다하는데 미안함에 거절의 말을 할 수가 없다. 대형버스를 대절했지만 그 마저도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동시간이 3~4시간이 되다 보니 밀폐 공간이 두려운 것이다.

 

"마음을 비우자! 누가 오던지, 어떻게 오던지 참석자의 권한을 존중하자"라고 다짐했다. 아들이 30명만 꼭 참석해야 한다고 하는데, 혼주입장에선 정확한 인원 파악이 어렵다. 아들 하나에 막내이기에 많은 분들을 초대해서 원없이 베풀고 춤추고 노래하며 성대하게 치르고 싶었는데, 코로나19가 원망스럽다.

 

천만다행으로 정부에서 천신만고 끝에 확진자 숫자가 100명 대로 내려갔다. 희망을 갖고 일을 계속 진행한다.

자차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알아서 오시라고 전했다. 이젠 화살의 시위는 내게서 떠났다. 아무리 잘하고 싶어도 자연이 막는다. 순리대로 따르자하며 마음을 내려놓기로 했다.

 

예식날, 온다고 말 한마디 없었는데 많은 분들이 오셨다. 친정식구들에게 양해를 구해 주변 식당으로 안내했다.

정말 다행이다. 예식은 대만족으로 끝났다. 맑고 청명한 가을 날씨 덕분에 듣고 싶은 아들의 노랫소리(축가)도 듣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아들 내외의 폐백도 받으며 정말 흐믓하고 만족스러웠으며 자식을 둔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광경을 친지와 하객들 다 모셔놓고 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비대면 결혼식, 마스크 쓰고 찍은 결혼사진 등도 있지만 우린 복을 많이 받았다. 이 시국에 이만한 식을 치룰 수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했다.

 

코로나 현실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이상한 길로 인도한다.

이렇게 좋은 경사에 오는 사람을 못 오게 해야하고, 꼭 와야될 사람은 겁 먹고 못 온다하고, 보고 싶은 사람을 보고도 말도 못하게 하는 나쁜 코로나여 빨리 물러나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준비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이 많았지만, 무사히 거사를 치른 우리 아들과 새아기에게 축하의 인사를 전하며, 오래도록 건강하고 꽃길만 걷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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