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적으로 가장 춥다는 설날이 코 앞인데, 전라선 옛 철길공원에 화사한 기운이 감돌고 있다. 우리가 흔히 ‘애기동백’으로 부르는 산다화가 활짝 피었기 때문이다.
진분홍 애기동백이 활짝 핀 조용하고 아늑한 옛 철길공원을 걸었다.
'동백(冬柏)'은 겨울에 꽃이 피어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윤기 나는 진녹색 잎 사이로 살포시 피어나는 화사한 진분홍 꽃은, 꽃이 귀한 겨울에 피어서인지 누구에게나 정답고 따뜻하게 느껴진다.
대나무·소나무·매화나무는 추운 겨울을 함께하는 절친한 세 명의 친구라는 뜻으로 '세한삼우(歲寒三友)'라 부르고 동백꽃은 겨울에 스스럼없이 찾아온 친구에 빗대어 '세한지우(歲寒之友)'라 부른다.
잎도 꽃도 다진 삭막한 겨울에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피어있는 동백꽃을 '세한지우(歲寒之友)'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애기동백은 일반 동백과 사뭇 다르지만 자태는 동백 못지 않다. 동백 꽃잎은 붉은빛이며 서로 붙은 것처럼 포개져 반쯤 벌어지고, 애기동백은 다양한 색깔의 꽃잎이 포개지지 않고 거의 활짝 벌어져 핀다.
윤기 나는 반지르한 잎사귀 사이사이마다 진분홍 꽃이 수채화를 그려내며 저마다의 향기를 전해준다. 그 속에서 갑자기 동박새 무리가 꽃잎을 떨구며 쏜살같이 뛰쳐나와 멀리 사라진다.
여수에 살면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는, 낭만적인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과 사계절 어디서나 꽃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는 전라선 옛 철길공원은 겨울철 힐링 코스로 제격이다.
동백꽃 향기 맡으며 공원을 한 바퀴 돌고나니 심신이 개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