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선공원이 가을의 문턱을 지나고 있습니다. 오늘도 스쳐 지나는 가을을 느끼기 위해 부지런히 공원을 걸어봅니다. 이 무렵엔 산책명소를 찾는다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은 바로 공원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을 느껴보기에 공원만큼 좋은 곳은 없어요. 제가 공원 덕후라서 그런 것만은 아니랍니다.
우람한 나무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한 바퀴 돌았습니다. 늦은 오후 임에도 싱그러운 숲 내음을 맡으며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아직은 파랗지만 슬슬 단풍이 짙어질 기세입니다. 나뭇잎 사이로 파고드는 햇살이 반가운 계절입니다. 연못에 분수는 아직도 팽글팽글 돌아가고 있고 배롱이 나무는 마지막 열정을 모아 붉은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간간이 들려오는 새 우는 소리는 청아하게 들리지만 매미우는 소리는 너무 절박하게 들립니다. 북쪽 산책로를 걷다가 뜻밖에 희한한 이름의 풀을 만났습니다. ‘좀비비추’ 백합과의 꽃이라는데 뭔가 재미있습니다. 공원 속에서 뭐 하나 알아가게 되니 반갑습니다.
호수 인근에도 드문드문 가을 물이 들고 있습니다.
정원 앞 벤치에 앉아 책 한권을 들고 가을 사색을 즐기는 맘을 보니 그 모습 참 보기 좋습니다. 우린 서로 아무 말도 건네지 않았지만 그냥 느낌이 좋습니다. 가을이 좀 더 더디게 갔으면 좋겠습니다.
조금은 쓸쓸한 느낌이 드는 거북선공원의 가을. 여느 공원이 그렇듯 호숫가에는 의자들이 놓여있지요. 의자에 앉아서 멍하니 바라보고 또 햇살을 즐기는 것이 공원을 즐기는 방법입니다.
이럴 때 매점에서 커피 한 잔을 사 마시면 더욱 즐거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