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옛날 사람들은 태양이 가려지면 큰일이 난 줄 알았다’
지난 6일은 올해 첫 절기인 소한이었다.
일찌감치 찬바람을 맞으며 환경도서관 ‘부분일식 공개관측’ 별자리 교육 행사에 참여했다.
고병문 (중앙여고) 선생님의 사전 설명을 듣고 20여 명의 참여자와 함께 환경도서관 옥상에 올랐다.
태양 빛으로 실명 위험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호 안경은 필수다. 개인적으로 선글라스나 셀로판지를 준비해 왔지만 일식 관측에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도서관 측에서 마련해 준 태양안경으로 더 선명한 일식 관찰을 할 수 있었다.
지구에서는 달이 태양보다 가깝다.
달이 지구를 돌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돌 때, 지구와 태양 사이에 달이 위치하면 달이 태양을 가린다.
이때 달이 태양을 가린다고 해서 좀먹을 ‘식(蝕)’자를 써서 일식(日蝕)이라 한다.
태양 전체를 가리면 개기일식, 일부만 가리면 부분일식이라 한다.
또 달과 지구 사이의 거리가 가장 멀리 떨어져 있을 때, 일식이 생기면 달이 적게 보여 태양 안으로 쏙 들어간다. 이것을 금환일식이라 부르는데 평생 한 번 볼까 말까다.
올해 부분일식은 이날, 그리고 12월에 또 있다.
하지만 똑같은 모양의 일식은 없다.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전 8시 36분경 시작된 일식은 태양의 1시 방향 끝이 달에 가려져 검게 보였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진행된 일식은 계속 진행되어 9시 44분경 태양의 약 25%를 가렸다.
이 광경을 지켜본 관측자들은 저마다 ‘태양이 달에 먹혔다.’ ‘무너졌다.’며 태양 편에 선 듯 안타깝고 신기해했다.
미리 배포된 시간별 부분일식 진행 예상도와 일치했는데, 이것은 일식의 방향이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구가 반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니 일식은 오른쪽부터 가려진다. 만약 월식이라면 왼쪽부터 가려진다.
마치 원 도형을 보듯 선명했던 천체망원경 관측에서는 일식의 위치가 상하좌우 반대 방향이었다. 직접 망원경에 휴대폰을 밀착시켜 일식의 변화를 남겨보기도 했는데, 기대했던 태양의 흑점은 웬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지구가 자전하니 진행되는 일식을 쫓아 수시로 천체망원경의 각도가 수정되었다.
의문이 생기면 바로 자세한 답변을 고병문 선생님으로 부터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흥미롭게도 어린 초등생보다 부모들의 탄성이 더 컸는데, 일식이 교과목에 들어 있을 중고생들의 참여도가 낮아 매우 아쉬웠다.
큰 관심을 끄는 개기일식은 아니었지만 2시간 반 동안 부분일식을 지켜봤다.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는 행성에 사는 지구인에게 태양은 인류의 존망을 거머쥔 고마운 존재다. 관측 내내 지구의 자전에 아찔했고, 렌즈 안에 꿈틀거리는 태양의 생명력에 뜨거웠다.
사람들은 일식 진행 중에 달에 가린 태양을 보며 ‘먹혔다’라는 표현을 많이 썼다. 거대한 태양 편을 든 건지 차가운 달의 편을 든 건지 알 수 없었으나, 인간의 일생에 이 거대한 우주의 움직임을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까!
한편,
환경도서관에서는 매주 화, 목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9시까지
강의실과 옥상 천문대에서 별자리를 관측한다.
이달에는 오리온성운과 달, 화성을 관측할 수 있다.
여수시립도서관 홈페이지로 신청하거나 문의 전화 061-659-4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