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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따뜻함에 울고 웃었다.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 기자명 한선주 (dutnakstp@hanmail.net)
  • 조회수 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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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울마루 기획공연에서 찾은 가족의 의미

 연말이면 일부러라도 찬 공기 가득 들이마시며 서울 혜화역 약속 장소로 가곤했다.

저녁을 먹고 소극장 즐비한 대학로 연극을 보고나면 한 해를 보내는 게 아쉽지 않아서였다.

이제 서울까지 갈 필요가 없어졌다.

▲예울마루 소극장, 많은 관객이 뮤지컬‘식구를 찾아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예울마루 소극장, 많은 관객이 뮤지컬‘식구를 찾아서’ 공연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3일 예울마루 300석 소극장을 채운 기획공연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를 만났기 때문이다.

2010년 창작팩토리 우수뮤지컬 제작지원사업에 선정.

2011 5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 수상.

2012년 제18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수상.

식구를 찾아서는 화려한 수상 경력을 가진 만큼 대중에게 사랑받는 뮤지컬이다.

이 뮤지컬에는 두 명의 할머니가 등장한다. 시골할머니와 도시할머니라고 해야 할까?

어느 날, 아들이 보낸 편지 주소로 불쑥 찾아온 지화자 할머니의 등장으로 평화롭던 박복녀 할머니의 시골집이 소란스럽다. 티격태격하다 지화자 할머니의 아들을 찾기 위해 동사무소, 우체국, 핸드폰가게, 경찰서, 사진관 까지 찾아가며 두 할머니는 가족보다 따뜻한 식구가 된다.

사진관에서 영정사진을 찍으며 읊조리듯 부르는 배우의 잔잔한 노래가 무대를 압도한다.

박복녀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세 마리 반려동물 개, 고양이, 닭도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할머니가 씹다 버린 무나 남긴 밥을 먹으며 불평도 하지만 할머니 편에 서서 꼬꼬댁거리며 깃을 세우기도 하고 멍멍”, “야옹소리를 지르곤 한다. 이들 역시 할머니의 식구다.

두 할머니가 무대에서 사라지면 반려동물이 저마다의 아픔을 노래한다. 보신탕집에서 도망친 기억, 달걀을 품어보고 싶다는 희망, 주인에게 버림받았던 슬픔을 독창한다. 세 마리가 각각 삼겹살, 꽃등심, 아롱사태 차돌박이가 먹고 싶다고 노래할 때는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특히 닭으로 분장한 배우의 독특한 크로스오버 음색이 뮤지컬을 더욱 고급스럽고 사랑스럽게 만들어줬다.

식구가족은 다르다.

사전적 의미로 식구는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고, ‘가족은 부부를 중심으로 한, 혼인이나 혈연, 입양 등에 의해 친족 관계가 성립하는 사람을 말한다.

밥 한끼 먹자라는 인사말이 쉽게 오가는 우리 사회.

혼자 밥 먹는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성향이다 보니, 우리 민족이 밥을 함께 먹는 식구의 의미를 얼마나 중요시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일본어 가족이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까지 한국 사람은 함께 살면서 밥을 먹는 식구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다. 비록 나와 혈연관계는 아니지만 이웃도, 지인도 식구가 될 수 있다. 밥을 함께 먹다보면 서로 안부를 묻게 되고 관심을 갖게 된다. 상대방이 가진 게 없으면 내 것을 나누게 되고, 세심한 위로와 격려가 큰 용기를 주기도 한다.

옛날 만큼은 아니더라도 경제가 어려워진 요즘, 한층 조용해진 이웃을 먼저 돌아 볼 때다.

가족만 챙기느라 더 이기적이 되어버린 우리사회, 삭막한 가족 중심이 벌인 결과물이나 아닐지 걱정스러운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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