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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와인과 갓김치

  • 기자명 여우비 (dutnakst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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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손님과 함께 했던 지난 명절이야기

활기찬 여수의 봄이 시작됐다.

주말에 겨울옷 정리도 하고 봄맞이 대청소를 하다가, 선반 구석에 와인을 보고 피식 웃었다.

글로벌하게 지낸 지난 명절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집에 방문한 외국인 손님. 지인과 함께 45일 일정으로 여수에 묵었다. 손님을, 더군다나 외국인을 집에 재운 일이 없기에 청소하느라 부지런을 떨었다. 준비하다 보니 샴푸며 비누며, 욕실 수건까지 신경 쓰이는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잠자리도 걱정됐다. 남는 침대방이 없어 불편할 것을 예상했다. 역시나 첫날밤을 자고 나서 불편했나 보다. 다음 날은 여러 겹의 요를 깔아줬고 따뜻한 난방에 신경을 썼다. 다음 날 잘 잤다고 하니 성공이다.

제일 신경 쓰였던 것은 먹거리였다.

떡국, , 잡채, 갈비.....명절이라 집에서 만든 한국의 기름진 음식을 대접했다. 의외로 떡국은 맛있다 하고 잡채는 씹히는 식감 때문에 좋아하지 않았다. 한국의 치맥 문화를 보여주고 싶어 치킨과 맥주 파는 곳을 찾았는데 아주 맛있게 먹는다. 그런데 둘째 날, 여러 곳을 둘러보고 늦은 저녁을 먹고 탈이 났다. 한 밤중에 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친절한 의료진 덕분에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얼마나 걱정됐던지 온 가족이 안부를 물어보며 더 깍듯이 보살펴 줬다.

해양공원, 이순신광장, 소호동 동동다리, 박람회장 등 여수에서 보여줄 만한 곳을 돌아다녔다. 나중에 어디가 좋았냐고 물어보니, ‘돌산과 향일암이라고 한다. 향일암은 그 날따라 보슬비가 내렸다. 손님이 불교 문화권이 아니라 부처에 대한 신비감을 느꼈다고 한다. 여수에 방문하는 지인이라도 있으면 가끔 둘러보는 돌산이고 향일암이다. 돌산대교의 은은한 조명이 봄비에 아련했는데 새삼스레 설레기도 했다.

향일암을 내려오는 길에 식당에서 해물전과 막걸리를 시켰다. 한국 음식에 호기심이 일었는지 부침개 가장자리를 조금 떼어먹는다. 여수 막걸리가 맛있다며 한 번에 들이킨다. 그리고 의외의 말을 한다.

갓김치에 벚꽃을 장식하니 예쁘다.

나는 갓김치가 맛있어요.”

갓김치를 좋아하다니... 돌산 갓의 톡 쏘는 맛이 외국인의 미각을 자극했나 보다. 저녁에는 온 가족이 모여 손님이 스페인에서 직접 사 온 와인을 마셨다. 그는 와인 뚜껑 따는 법부터 향을 음미하고 마시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해줬다. 물론 우리 가족에게는 영어로 설명해줬다. 부럽게도 그는 4개국어 능통자다. 와인에 취했는지 서로 많이 웃었고 어설픈 언어로 소통했다.

즐거운 45. 손님 역시 오래 기억에 남을 여수 여행이었을 것이다.

타인에게 가장 좋은 대접은 성의껏, 분수에 맞게 편하게 대해주는 주는 것이다. ‘친절과 진심만큼 값진 선물은 없고 세계인이 느낄 수 있는 무언의 만국공통어다. 외국인, 외국어에 대한 긴장감은 던져버리자.

올여름 손님이 또 온다는데, 우리 가족은 그에게 한국인 고유의 따뜻한 을 선물할 것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온 손님이 부디 한국 문화를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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