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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지금이야! 옛 기찻길 트레킹

  • 기자명 조은영 기자 (dmsehf2514@naver.com)
  • 조회수 1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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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통구간 안내플랑
▲개통구간 안내플랑

  전라선 옛 기찻길 공원화 사업 일부구간(7.7, 둔덕동 주민센터미평레일바이크)이 지난달 개통됐다. 거기에 이어 지난 20일 오림 터널에서 만덕동 해양 레일바이크 간 만흥공원이 준공 되었다는 소식이다. 차량걱정 없는 쭉쭉 뚫린 시원시원한 길로 소문나 자전거 라이딩 족이 속속 늘고 있다고 한다. 뭐든 가까운 게 장땡이라 굳게 믿고 있는 고로 내가 사는 인근(참고로 둔덕에서 소라 덕양까지 8.4km구간은 오는 10월 조성된다)이 조성되면 라이딩을 하려했다. 그런데 만흥공원 준공소식이라. 이런, 트레킹으로 계획변경이다. 바다를 볼 수 있는 옛 전라선 하행 하이라이트 초입구간을 놓칠 수 없다.

 
미평 공원에서 출발하여

  물병하나 덜렁 들고 미평역 폐역 앞에 선다. 둔덕동 주민 센터부터 만흥동 레일바이크까지가 7.7km 도보 130분이 걸린다는 안내 플랑이 걸려있다. 출발지점에서 둔덕동 주민 센터까지의 거리를 제하면 대략 7.65km. 빠른 걸음으로 출발한다. 산책로와 자전거전용도로가 분리되어 안전해 보인다.

▲마을과 시가지와 인접한 길

마을을 가로지른 철로는 숲길을 품은 길이 되어 오가는 사람들을 만난다. 걸은 지 20분 정도 되었을까. 길동무를 만났다. “나처럼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은 산보다 이런 평지가 좋다60대 후반 즈음의 아저씨다. 근처에 살아 거의 매일 오다시피 한다며 주말에는 많은 이들이 찾는다고 전한다. 얘기도 잠시, 볼일이 있다는 그는 완주하라는 덕담을 남기고 샛길로 빠진다.

안녕을 고한 그 길 아래 수령 600년이 넘은 오림동 느티나무 보호수가 있다. 얼핏 보아도 웅장하다.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긴 듯 온기가 느껴진다. 이곳까지는 시가지와 인접해 접근이 쉬워 가벼운 산책길로 더 없이 좋아 보인다.

 

오림 터널을 지나

부지런히 길을 재촉한다. 5월 개장을 앞둔 진남 수영장을 지나쳐 10여분을 더 가니 미평동과 만흥동을 관통하는 389m의 오림 터널이 지척이다. 어릴 적 기차를 타고 아무 생각 없이 휙 지나치던 곳이 이젠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는 곳이 되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바깥의 제법 따스한 봄기운이 무색하게 싸늘한 바람이 분다. 터널은 내부보강공사로 말끔한 모양새다.

보강공사에서 살아남은 낡고 오래된 벽돌 벽에 시선이 머문다. 시간이 스며든 이 벽은 어떤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을까 궁금하던 차, 곳곳에 걸린 명화액자가 눈에 띈다. 분위기와 어우러지지 않는 그것은 의아함을 넘어 당혹스럽다. 빛바랜 벽돌 속에 담긴 이야기를, 잊힌 철길위의 흔적을 남겼더라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터널 끝 빛을 마주한다.

▲오림 터널 내부모습과 내부장식
▲오림 터널 내부모습과 내부장식

 

마침내 만흥공원에 도착하다
▲철길이었음을 나타내는 흔적들
▲철길이었음을 나타내는 흔적들

  만흥공원까지 3.8km남았다. 겨우 절반 걸었을 뿐인데 지금 이 순간만큼은 돈 많은 부자보다 내 옆을 휙 지나는 자전거가 겁나부럽다. 철길은 뜯겨 없어졌지만 미처 치우지 못한 철길의 흔적이 남아있다. 숨은 그림 찾듯 찾아보며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다 지루해지면 푸른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허리도 두들긴다. 드디어 저 멀리 만성리 바다가 보인다. 하늘과 바다가 한 몸처럼 붙어있다. 오래전 기억이 떠오른다. 새벽녘 떨어지는 여수행 기차에서 바다는 늘상 맞닥뜨리는 풍경이라 심드렁했었다. 그런 나와 달리 객차 안에서 미친 듯이 환호하는 여행객을 보고 도리어 흠칫했던 나를 말이다. 이젠 객차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풍경은 추억으로 남았다.

▲새로 난 전라선 KTX 만성리 터널 옆으로 멀리 보이는 만성리 앞바다
▲새로 난 전라선 KTX 만성리 터널 옆으로 멀리 보이는 만성리 앞바다

 만흥공원에 다다르자 설치미술작품이 눈에 띈다. 특히 옛 철로의 일부를 남겨두고 세운 자모솟대 이 인상적이다. 추억이 된 옛 전라선을 기억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길의 끝에서 길을 물으며 도보트레킹을 마친다.

▲길 위의 설치미술
▲길 위의 설치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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