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1,063만 명이 봤다는 영화 ‘택시 운전사’, 여수 다방을 찾아서

  • 기자명 여우비 (dutnakstp@hanmail.net)
  • 조회수 2258
글씨크기

시대는 1980년 5월.

서울 택시 운전사 만섭(송강호)은 택시비 10만원에 광주까지 손님(독일기자)을 태우고 간다.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

 내 마음 외로워질 때면 그 날을 생각하고

날이 그리워질 때면 꿈길을 헤매는데

- 못 잊을 그리움 남기고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

광주까지만 도착하면 밀린 방세를 마련할 수 있기에 하늘을 날 듯 기쁜 만섭. 운전대를 잡고 몸을 흔들며 조용필 노래 '단발머리'를 부르는데 노래 가사가 앞으로 닥칠 위험을 암시한다.

'5.18 민주화 운동'이라 부르는 무거운 역사적 사실을 스크린 속에 고스란히 담은 영화 '택시 운전사', 천만 관객 돌파 이후, 그칠 줄 모르는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에서 송강호의 커다란 얼굴이 택시 앞창을 가득 채웠는데, 제작진은 이 택시를 동남아시아 중고 거래 사이트까지 찾았다는 뒷이야기도 있다. 아무튼 택시는 주인공만큼 유명해졌다.

여수시민이 관심 있게 지켜볼 장면은 또 있다.

두 번에 걸쳐 배경이 된 다방. 바로 이곳에서 서울기자와 독일기자 피터가 만나 광주에 가기로 마음 먹는 장면이 담겼다. 제작진은 이 다방을 여수 중앙동에 위치한 '가나다 다실'에서 찾았다고 한다. 기사에 나온 다방 사진을 보고 필자도 마음 먹고 찾아가 봤다. 여수 시내를 다니며 한 번쯤은 지나쳤을 법한 장소였다. 다만 카페에 익숙하기에 다방은 잊고 살았다. 영화 속 80년대 다방은 어떻게 촬영됐을까? 

▲ 색바랜 여수 가나다 다실 간판이 눈에 띈다. 흐릿한 전화번호 숫자 옆에 '휴게음식점'이란 글자와 함께 한 여성이 기대서 있다.

 

건물 2층에 위치한 가나다다실. '다실'이라고 쓰여진 큰 글자 문을 열고 1980년대로 들어섰다.

▲ 오전 시간인데 벌써 외지에서 온 관광객이 구석구석 사진을 찍고 있다.

 

 

▲ 계산대 테이블, 가족사진, 전자렌지.

 

▲ 시계도 느리게 가는 걸까? 어제 시간이다. 오래된 사업자등록증을 들여다보고 있는 고순애씨(62, 여)

 

이곳에서 가나다 다실 운영자 고순애씨를 만났다.

"사업자 등록증에 주민번호가 그대로 노출됐어요. 요즘은 가리거든요."

"아! 그래요?"

▲ 요금표(MENU)

 

" 요금표도 예전 그대로예요? "

"조금 달라졌죠....."

"뭘 시켜야 할까요?"

"다방은 커피죠. (웃음)"

'사실은 쌍화차가 먹고 싶었는데 권하지 않는다. 내 기억의 마지막은  달걀이 들어있던 쌍화차인데.....' 

▲ 주방 뒤에서 발견한 오래된 성냥갑. 다방에서 성냥으로 집을 쌓기도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예전엔 UN성냥이 유명했다.

 

▲ 엑스포 컵과 유행 지난 유리컵

 

토마토가 싱싱하다고  권해서 주문한 토마토 쥬스.  한 잔만 갈 수 없다고 해서 두 잔을 시켰는데,  맛은 설탕을 빼달라고 했기에 그대로 토마토 맛.

▲ 주인장 고순애(62, 여)

 

22년 동안 이곳에서 일했고 아이 셋을 대학 보냈다고 한다.  몇 년전  큰 수술 이후, 우울증도 멀리할 겸 용돈 벌이 영업을 하고 있단다.  말하는 모습, 웃는 모습 성격이 둥글둥글 편안해 보인다. 혼자 운영하기에 깔끔한 주방은 아니지만 있을건 다 있다.

건물도 오래됐고 사람도 오래됐다. 만약 건물주와 주인장이 유행에 민감해서 새롭게 인테리어를 했다면, 이 다실은 영화에 찍이지 않았을것이다.  오래된 탁자. 쇼파, 에어컨. 전등,  컵 등이 수십년을 거슬러 올라가 추억에 잠기게 한다. 

영화 흥행을 타고 광주는 발빠르게 움직였다. 광주문화재단은 택시를 타고 5·18 민주화운동 역사 현장을 돌아보는   '5·18택시운전사'라는 행사를  시작했다.  광주 5·18민주화운동 사적지와 영화 속 무대를 광주의 택시 운전사들이 안내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광주 주민이 생생한 이야기 전달자다. 그리고 문화해설사가 아닌 현재 활동하는 택시 기사다.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인가!

'가나다 다실' 이 오래된 이름, 간판 하나 바꾸지 않고 수십년을 지켜왔다. 그래서 이곳이  영화 '택시 운전사' 촬영장소가 됐고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여수도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곳을 관광명소로 만들 수 없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여수시청(거북선여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