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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를 담벼락 삼은 고요한 섬, 낭도

  • 기자명 조은영 기자 (dmsehf2514@naver.com)
  • 조회수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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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마을 사람들 제3부. 「가보고 싶은 섬」 가꾸기에 희망을 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길고 긴 방파제. 그 끝자락에 서있는 붉은 등대를 돌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여수시 화정면 낭도. 고즈넉한 섬마을에서 마주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허기진 배를 채우고 식당을 나선다. 야트막한 구릉지 따라 들어선 집들이 정겹다. 곧게 뻗은 도시길이 익숙한 나그네에게 구불구불 골목길은 정겹기 그지없다. 면사무소 낭도출장소 근처 앞바다의 돌담방파제길이 정감을 자아낸다. 돌담 위 고양이 한 마리가 오후의 볕을 쬐다 일어서 날 바라본다. 방해 말라는 눈빛으로. 졌다.

 

▲골목길풍경과 돌담방파제.

 

느릿느릿 선착장에서 포장된 도로 쪽으로 7-800m걸어 폐교된 중학교로 향한다. 얼마 전까지 수련장으로 이용됐다. 내년에 등산로와 산책로가 조성된 곧 편의시설이 갖춰진 캠핑장으로 리모델링될 곳이다.

무성하게 자란 풀을 밟으며 평화로이 걷는다. 널찍한 운동장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서있다. 정지된 시간 속 그 고요한 풍경으로 들어간다.

▲폐교된 학교의 너른 운동장.

 

부두를 걷다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는 작은 어선을 만났다.

“많이 잡으셨나요?” “무슨. 식구들이나 먹을 정도지 내다팔 정도는 아니요”

1시간 거리 바다로 나가 쏨뱅이를 잡아왔다는 어부는 어선을 정박한다. 아침에 타고 왔을 오토바이 위에 신통치 않은 수확물을 싣고 집으로 향한다.

과거 어업비중이 높았으나 현재는 30%정도에 머문 정도이다. 게다가 섬 안에서 잡히는 고기가 별로 없어 옆 섬으로 간다. 출장소 직원 말에 따르면 물살에 세고 잔잔한 곳이 드물어 양식업조차 어렵다고 한다. 바다에서 나는 것이 변변치 않은 곳이다.

 

▲정박 중인 어선과 그의 오토바이.

 

오후4시가 되어가는 시각. 선착장 근처 노인 두 분이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기에, 거기에 자연스레 끼어든다.

“부두가 참 넓어요. “응. 고추고 마늘이고 여그에 싹 말리지. 건조기가 필요 없어.” “수확할 때는 여그가 다 꽉 차믄 볼만하지.”

두 분도 마늘 농사를 짓는다. 힘에 부쳐 이제 바다는 나가지 못하고 농사일을 한다. 이곳은 고구마 마늘 등 밭농사 짓는 이가 많다. 벼농사를 짓고 있는 집도 두어 집 있단다. 그마저도 산비탈에 짓는 농사라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도 소를 이용한 농사인 우경이 남아있다.

“어디서 왔소?” “놀러왔어요.” “다리 놔지면 더 편하게 올 수 있을 것인디. 길도 아직 안 맹글어져서 심심할꺼여.” 한분은 여기저기 다니기 얼마나 편하겠냐며 다리개통을 기다리는 눈치다.

“다리 놔지면 도둑놈이나 들어오지. 글고 저그 옆 섬에 다리 놔지고 쓰레기 난리난거 모른가.” 또 한분은 이웃 섬 적금도가 다리가 놔지고 생긴 변화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육지와 연결되어 교통이 편해지는 것 말고는 섬사람들이 얻는 게 없다고 생각한다. 실상 섬에 다리가 놔지면 주민에게 이득이 되는 것이 무엇일까. 교통이 편해지는 것 말고는 없어 보인다. 또 다른 육지로의 편입이 될 것이다. 머물고 가고 싶은 섬이 아닌 차동차로 한 바퀴 휙 돌아보고 나가는 곳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섬에 진정 필요한 것은 ‘살고 싶은 섬’이 될 수 있는 기반환경 조성이 먼저일 것이다.

농어업 모두 척박하기 그지없는 낭도에서 「가 보고 싶은 섬」 사업은 ‘크나큰 기회’일 것이다. 전라남도의 「가 보고 싶은 섬」 가꾸기는 오랫동안 소외되었던 섬들을 가꾸는 사업이다. 과거 토목사업 위주 섬 개발은 환경파괴 및 개발업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줬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출발한 「가 보고 싶은 섬」 은 궁극적으로 ‘살고 싶은 섬’을 만드는 일이다. “가고 싶은 섬 사업은 노령화와 어업침체로 활력 잃은 이곳 ‘어르신들에게 희망을 준 것’이다.” 출장소직원의 말이다.

토대는 마련됐고 기반사업은 추진 중이다. 주민들의 의욕과 추진력만이 ‘가고싶은 섬, 낭도’를 만들 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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