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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파제를 담벼락 삼은 고요한 섬, 낭도

  • 기자명 조은영 기자 (dmsehf2514@naver.com)
  • 조회수 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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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마을 사람들 제2부. 섬총각에 홀린 도시처녀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길고 긴 방파제. 그 끝자락에 서있는 붉은 등대를 돌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여수시 화정면 낭도. 고즈넉한 섬마을에서 마주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다. 허기가 밀려온다. 지난해 11월, 방치됐던 복지회관을 리모델링해 만든 마을공동식당은 아직 운영되지 않고 있다.

100년 전통 막걸리로 유명한 도가주조장 겸 식당으로 향한다. 주인이 출타중이다. 아뿔싸. 다행이 지난해 말 문을 열었다는 식당에서 허기를 채울 수 있었다. 어제 채취했다는 돌미역이 오독오독 씹는 맛이 일품이다. 한 접시 금세 비우자 주인아주머니가 아예 소쿠리를 건넨다.

“다들 닮은 것이 가족인가보네. 이쪽은 며느린가 안 닮았구먼” 주인아주머니의 말에 여행 온 가족이 되어 묻는다. “여기 태생이신가요?” 고개를 저으며 짧게 여수라고 답한다.

“도시처녀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회상에 하는 듯 잠시 아련한 표정이다. “그러니까. 홀린 후에야 섬 남자인걸 알았으니 늦었지”

“도시처녀 시집와 보낸 섬 생활은 어땠어요?” “힘들었지. 애들은 키워 여수로 보내고. 이젠 식당까지 하니 매인 몸이지.”

여수에 일보러 갔다는 남편은 알까. 영락없이 섬 아낙네가 된 도시처녀가 아직도 섬 총각을 떠올리면 은근히 수줍어한다는 사실을.

 

▲낭도젖샘막걸리로 만든 식초

 

허름한 식당을 쭉 둘러보니 솔잎으로 숨구멍을 막은 막걸리 식초병이 철제선반에 그득하다. “회무침에 넣어 무치는 그 막걸리 식초죠?” 알은체를 하자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 주조장에서 만든 젖샘 생 막걸리로 만든 것이라 알려준다.

“저기 저건 5년 짜리고, 저기 저병은 초산균이 뽀글뽀글하는 거 보일거요. 잘 익어가고 있는 거지.”

막걸리 한 병을 청한다. “여기 주조장 오래된 곳이라는데 이 곳 사람들도 많이 마시나요?” “여기 사람들은 안 묵어. 다들 소주먹지. 하화도에서 가져가. 관광객들이 찾으니 사 두는 거지.” 소문나기로는 잘 된 걸로 알았는데 섬사람들에게는 그닥 환영받지 못하는 술인가 보다. 정작 외지인들만 찾아서 그리도 온다고 하니.

시원하고 달큼한 막걸리 한잔에 아삭한 총각김치 베어 물고 있는데 드르륵 식당 문이 열리며 한 남자가 들어온다. 아주머니는 익숙한 듯 맥주 한 병과 과자접시를 내려놓는다. 인적이 드문 탓에 금세 외지인임이 티가 났는지 말을 건넨다.

“어디서 왔소?” “구경 왔어요. 추천 좀 해주실래요?” 대뜸 “볼 것 없다”는 답이 돌아온다. “음. 상산 트레킹코스도 있고 둘레길도 조성중이라 들었어요.” 뜻밖의 반응에 당황해 구경 온 이가 되려 항변하는 모양새가 되었다. “마지막 배 타고 나갈라믄 상산(280m) 정상까지는 가도 못하요. 올라가면 풍경이 한눈에 뵈기는 하지. 근디 지금 가믄 가다가 되돌아와야 할꺼요.”

포구 뒤편에 있는 상산까지는 오르기엔 시간이 아쉽다. 첫배를 타고 왔으면 가능했을 것을. “트레킹길이 조성중이니 나중에 오면 좋을 거요.” 퉁명스레 답할 땐 언제고 묻지도 않은 말을 줄줄 늘어놓는다. 저 사내는 아마 볼 것 없다는 말 앞머리에 ‘지금’이이란 부사를 빼먹은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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