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방파제를 담벼락 삼은 고요한 섬, 낭도

  • 기자명 조은영 기자 (dmsehf2514@naver.com)
  • 조회수 815
글씨크기

섬마을 사람들 제1부. ‘지명이네’아주머니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와 하늘을 가르는 길고 긴 방파제. 그 끝자락에 서있는 붉은 등대를 돌자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여수시 화정면 낭도. 고즈넉한 섬마을에서 마주친 이들의 이야기를 풀어본다.」

▲ 기다란 방파제 끝 붉은 등대를 돌면 모습을 드러내는 낭도

 

백야항에서 1시간 20분 거리 낭도까지 하루 왕복 세 차례 여객선이 운항한다. 카페리 3호가 거치는 섬(제도-개도-하화도-상화도-사도-낭도)의 마지막 종착지이다. 승선한 이들 대부분은 꽃섬 하화도에서 내린다. 텅 빈 여객실에 남은 이가 탈탈 털어 아홉이다. 멀찌감치 휴대폰을 목침삼아 잠을 청하는 어느 노인과 여수에서 고기를 팔고 집으로 향한다는 낭도 아주머니 4인방 그리고 우리일행(주부명예기자단)까지.

▲ 낭도로 향하는 배에서 만난 ‘58년 지명이네’ 아주머니

 

“좋은 고기는 마음껏 먹을 수 있겠네요.” “무슨~ 좋은 놈은 다 팔아 불고 남은 거나 묵지.”

내심 부러운 마음을 드러냈다 머쓱한 기자단 일행은 픽 웃고 만다.

“서로를 부르는 호칭이 궁금해요.” “섬에서는 자식 이름 따서 ‘누구누구네’라고 하제. 다들 섬에서 나고 자랐으니. 뭍에서나 ‘여수댁’, ‘돌산댁’이리 부르지”

“자식들은 다들 뭍으로 나갔겠네요.” “그러제.”

“섬에서 오래 살았으니 뭍에서 살아보고 싶지 않으세요? ” “남편은 버리고 가도 누가 나를 데꼬 가겠노. 이리 쪼글쪼글해져서”

언뜻 서글픈 기색이 스쳐 지나간 듯하다. 아주머니에게도 찬란한 청춘시절이 있었고 뭍으로 나가 다른 삶을 꿈꾸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들 어찌할 것인가. 청춘은 지나갔고 붙잡을 수 있는 것은 앞으로의 삶일 뿐.

“그나저나 여기는 어쩐 일로 왔소?” “구경 왔어요.”

“지금 둘레길 만들고 있는데 둘레길이 다 조성되면 허벌 나게 좋아 부러. 영산강 굽이굽이 돌 듯이. 그 때 또 오시오”

도 시책인 ‘가보고 싶은 섬’으로 지정된 후 섬 가꾸기 사업이 진행 중이라더니 지역미래에 높은 가능성을 기대하는 눈치다.

널따랗게 조성된 포구에 입항한다. 인적하나 없어 한적하다 못해 적막하다. 두리번거리는 우리와 달리 낭도4인방 발걸음은 거침없다. 포구 끄트머리 섬마을 공식 자가용 경운기가 보인다. 저들 중 누구의 남편이 마중나왔을까.

털털대며 시동이 걸린다. “왔느냐” 말 한마디 없지만 뭍에 다녀온 이를 위한 마음씀씀이를 짐작하고 남음이다.

“잘 보고 가시오. 또 오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여수시청(거북선여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