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에 미세먼지에 온갖 찌뿌듯했던 날씨가 갑자기 화창해졌다. 목련이 가득한 거리 풍경에 천리향 향기가 향긋하게 코끝을 자극하는 완연한 봄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 제대로 나들이 간지도 언제였던지 기억이 아득하다. 서랍을 뒤적이다 언젠가 후배가 보낸 엽서 한 장이 눈에 띈다. 요새 같은 시대에 무슨 엽서일까만은 자연을 벗삼아 자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후배 녀석이 보낸 엽서는 내게 잠시나마 휴식같은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하는 즐거움이다. 어느 작은 시골장터의 모습이 찍혀있는 엽서. 마을아낙네들이 봄기운 가득한 산나물들을 늘어놓고는 오고가는 객들과 흥정하는 모습의 사진을 보며,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시골장터를 신기한 눈망울로 따라 다녔던 기억이 떠오른다. 요즘은 보기 힘든, 그래서 더 아련한 그 옛 기억들이 봄의 짧은 시간처럼 아쉬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오랜만에 전통시장에 들러 싱싱한 봄나물을 사야할 듯하다. 아련한 추억과 함께 한껏 지친 몸과 마음을 향긋한 봄나물로 기운을 북돋우는 것도 지나가는 봄을 즐기는 좋은 기억이 될 것이다. 이왕이면 전통시장에서 고향의 정을 느껴보는 것도 즐거움의 덤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