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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피터팬 그리고 봄

  • 기자명 고성림 기자 (mijinkoan@hanmail.net)
  • 조회수 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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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가지에 실처럼 날아 든 솜사탕, 훅훅 불면은 구멍이 뚤리는 커다란 솜사탕'. 동요 솜사탕에 나오는 노래 가사다.

노래 가사처럼 바야흐로 봄이다. 큼큼한 냉이와 쑥내음은 물론이거니와 이때 피는 목련과 매화는 특히나 아름답다. 은은한 햇볕을 맞는 상상은 덤이다.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날이면 나들이를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어렸을 적 먹었던 눈처럼 희고 깨끗한 솜사탕이 생각난다. 이제는 분홍, 초록, 파랑 등 형형색색으로 화려해졌다지만 그래도 괜찮다. 솜사탕을 보고 있으면 다시 어린이로 되돌아가고픈 마음이 간절해지기 때문이다.

'Cotton Candy’ 라 불리는 솜사탕의 원래의 이름은 ‘Fairy Floss'이다. 직역하면 ‘요정의 실’인 셈이다. 솜사탕이 1904년 만국박람회에서 처음으로는 이 이름을 썼다 하니 아이들이 가히 좋아할만 하다. 아마 이 때 솜사탕을 사먹었던 사람들은 요정이 만들어낸 실을 맛보면서, 누구는 동심으로, 누구는 풋풋한 사랑을 나눴던 젊은 시절로 되돌아가고 싶지 않았을까.

공교롭게도 1904년은 애니메이션 '피터팬'의 원작이 나온 때이기도 하다. 피터팬 이야기는 그림자를 찾으러 온 피터팬에게 웬디가 그림자를 꿰매주면서 시작된다. 그림자를 찾게 된 피터팬은, 웬디와 동생들과 함께 어른이 되지 않는 나라 네버랜드로 떠난다.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만화영화였던 셈이다.

만연한 봄이 다가오는데 솜사탕과 피터팬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날 대부분의 세대가 '젊게 살기'라는 과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젊게 살고 싶다는 생각은 물론 누구나 가지고 있다지만 육체적인 건강에만 치우쳐진 느낌이다. 동안이 되는 비법을 계속적으로 방영하는 미디어 뿐만 아니라, 40~50대의 아저씨들이 젊은 몸만들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는 것만 봐도 말이다.

젊게 살기의 노력은 어쩌면 기대 수명 120세를 바라보는 시대가 만든 새로운 요소일지도 모르겠다. 어떻게든 인생의 제 2막을 더욱 젊게 살아보려는 우리세대의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길 빌어본다. 하지만 육체적인 모습을 넘어서 젊은 세대를 이해해보려고도 하고, 인정도 해보려 하는 마음적으로도 젊어지는 삶도 한번쯤은 추구해 보는 것은 어떨까. 자녀에게 먼저 편하게 다가서는 마음을 가져본다면 세대갈등과 같은 문제들의 해결책이 나올지도 모른다.

한때는 잘, 그리고 곱게 늙기가 희망이던 시대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피터팬처럼 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어쩌면 아무도 나이를 먹지 않는 신비한 섬 네버랜드가 우리 사회를 가장 잘 대변하는 공간일지도 모르겠다. '젊음'은 그래서 계속 추구되어야 한다. 단 몸만이 아닌 마음도 젊어지려고 노력해보자. 그런 의미에서 이번 봄 나들이 때는 솜사탕 하나를 들고 자녀에게 먼저 다가가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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