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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그 울림으로 “엄마 고마워요!”

  • 기자명 김영란 기자 (.)
  • 조회수 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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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그 울림으로 “엄마 고마워요!”

                                                                                                                                 

고3!

어느새 나도 말로만 들던 고3 학부형이 되었다.

왠지 어깨가 무겁고 머리를 감고 말리는 속도가 더뎌질수록 힘이 부치는 걸 느꼈다. 부모로서 힘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베란다 창을 열고 보니 바다 멀리 홍매화의 향긋한 내음이 "그래, 이제 봄이야, 봄이라고! 기운 내, 기운 내"라고 속삭이듯 다가선다.

 

3월 초 딸아이가 학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내심 욕심이 있는 아이라서 공부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축하한다고 말해주었다.

마트에 가서 드라이기도 하나 사고 샴푸, 린스, 슬리퍼, 칫솔…….등

재잘재잘 수다를 떨며 목욕 바구니도 사고 먹고 싶다는 파인애플도 샀다.

왠지 기쁘다는 생각보다는 예전에 내가 결혼하기 위해 어머니와 언니랑 함께 혼수품을 고르고 다니는 느낌 같은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예쁘고 귀여운 사랑스러운 딸이다.

 

집에 와서 저녁을 먹고 학교로 향하는데 웬 살림살이는 그리 많은지.

남편이 차에 짐을 나르고 아주 멀리 떠나보내는 사람처럼 긴긴 인사를 건넸다. 입실하는 첫날은 꽃샘바람이 불어와 온 몸이 추웠다. 캄캄한데 바람마저 불어와 마음이 싱숭생숭하였지만 선생님과 친구들이 반갑게 대하는 걸 보니 마음이 놓였다.

방에는 2층 침대가 두 개 있고 각자의 책상이 있었다.

난 수건에 물을 묻혀서 2층 침대에 올라가 씩씩하게 먼지를 닦았다. 깨끗하게 닦은 침대에 이불도 깔아주고 모서리에 있는 먼지를 닦고 나니 내 속이 다 시원했다. 내려와서 냉장고 뒤편도 쓱쓱 닦고 책상과 의자도 닦았다. 한 해 동안 아이가 이곳에서 생활할거라 생각하니 구석구석 더욱 애착이 가고 내 손마저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사이 아이는 생활 규칙을 듣는다고 회의 하러 다녀오고 한 시간 가량에 걸친 모든 정리가 끝났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왔다.

“공주님! 잘 지내고 있어. 알았지!”

나는 딸아이를 힘껏 한 번 안아주었다. 순간 울컥 눈물을 보이며 달려 들어가는 아이를 보았다.

‘그래 이제부터 시작이야. 넌 분명 잘 할 수 있을 거야’ 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 내내 나도 모르게 계속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면서 고향집 어머니 생각이 났다.

홀로 사는 우리 어머니는 어떻게 육남매를 하나 둘씩 놓아주며 빈 가슴을 채우셨을까?

오늘도 캄캄한 밤하늘에 “엄마 고마워요! 담 주에 만나요!”

하는 딸아이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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