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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가 불났어요."

  • 기자명 여우비 (dutnakst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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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버이날에 생각해본 노인과의 소통

지난 어버이날에 흥미롭게 읽은 기사가 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상담원과 한 여성노인 사이에 오고 간 전화통화'

그 내용이 유튜브에 공개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이 여성이 전화를 어떻게 잘못 걸었는지는 의문이지만, 상담원의 친절한 대응에 계속 딴 말이다.전화받은 상담원이 'LG유플러스입니다.'라는 말에 '목욕탕에 불났어요?' '엘지에 불났다고?' 이렇게 뜬금없이 되묻기도 하며, 자신이 전화 걸었다는 사실을 잊고 '왜 전화 걸었어요?'' “아줌마예요, 아저씨예요?”라고 엉뚱한 질문을 한다.

사람들은 입사 6개월째인 상담원 직원의 친절한 대응을 칭송하고 있지만,가만히 듣고 있으면 귀가 어두워 상담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당황해 하는 전화 건너편 노인이 보인다.

이 어르신은 계속 질문을 던진다.

어딘지는 모르지만, 전화통화로 들려오는 '불이 났다'는 말에 위기감을 느끼며 무엇인가 돕고 싶어 위치를 묻기도 하고, 연필을 가져와 상대방의 전화번호를 적으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아마도 화재신고를 하려는 것일까?

그러니까 자신이 잘못 걸어서 통화하고 있는 상대방의 답답함은 눈치채지 못하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르는 이 젊은이의 위기에 도움을 주려고 전화통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에는 상담원의 계속되는 친절한 답변에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멀쑥해져서 '알았어요'라고 답하며 전화를 끊는다.

복지관에서 일하고 있는 나는, 이것은 장난전화가 아니며 전화통을 붙들고 있던 이 노인은 최선을 다했다고 변명해주고 싶다.

나이가 들면 눈도 어두워지고 귀도 먹는다. 감각기관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니 모든 게 다 엉성하고 느려진다.

어투는 어눌해지고 조금 전의 말도 기억 못 하며, 자신보다 조금이라도 건강해 보이는 사람이 한없이 부럽다.

한 어르신이 나에게 푸념을 한다.

"내가 귀가 먹어 잘 듣지 못하니 이리 살아 뭐할까......"

"어르신 너무 서러워하지 마세요. 기계가 오래되면 고장이 나듯, 어르신이 젊으셨을 때 남의 말을 잘 들어 주셨나 봅니다. 그러니 어르신 귀가 제일 먼저 녹슬었네요."

나의 엉뚱한 대응에 빙긋 웃으신다.

 2013년 5월 어버이날에 화제가 되었던 이 이야기가 웃어 넘겨버리는 일회성 개그 소재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

어르신들은 항상 궁금하다.

무엇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싶고, 자신이 살아온 연륜만큼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한다.

또한, 이분들은 얼마 전까지 어느 누군가의 엄마였고 아빠였으며 이 사회의 일꾼이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사실은 우리는 모두 노인이 되어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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