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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니은 디귿- 경로당에서 배우는 한글교실

  • 기자명 김영란 (1)
  • 조회수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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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볕에 매화가 옹기종기 피어난다. 점심때가 되자 경로당에 어르신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자기 집보다 따뜻하게 데워진 방에서 점심을 먹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한다.

 엊그제 병원에 간 박할머니 쾌유소식을 듣자 좋아서 경로당 안이 떠들썩해진다. 사실 말이 한글교육이지 아직 숫자를 모르시는 분도 있다. 노느니 늙어서 치매 안 걸리게 공부한다며 서로에게 자신감을 주기도 하고, 공부 못한 것이 평생 한이었다며 진즉 배웠더라면 아마 선생님이 되었을 거라고 웃으신다. 그러다가 또 빨리 끝내주면 밭일 가신다는 어르신들!

 “ 기억, 니은, 디귿, 아, 야, 어, 여, 고니, 가구, 고구마……”

따라 읽으시는 모습이 서당 훈장님 앞에서 기가 바짝 들어있는 힘찬 소년의 모습이시다.

 연령대로 보면 칠순을 갓 넘긴 분부터 여든 중반에 든 어르신들도 있다.

거실 넓은 곳에서 탁자를 펴고 앉아서 하자고 해도 뜨끈한 방바닥이 좋다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드신다. 어제는 자신의 얼굴을 그려보기로 했다. 어떤 할머니는 강아지를 그리기도 하고, 또 그리다보니 원숭이가 되었다며 까르르 웃고 난리가 났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연필을 잡고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린다면서 은근슬쩍 좋아 하신다.

 올해도 여수시 교육지원과는 열 곳이 넘는 경로당에 책과 공책, 연필 등 학습에 필요한 물품을 배정하여 한글 문해 강사를 파견하였다. 사실 문해강사는 자원봉사 겸 한글보급에 있어 사명감을 갖고 있는 고급 인재들이다. 기초 초급반부터 중급과 고급으로 나누는데 잘하는 어르신들은 일기도 직접 쓰고 간단한 생활문도 쓸 수 있다. 작년 10월에는 평생학습축제 기간에 성인 문해 백일장 행사도 치렀다. 잘 하는 분은 여수시장님 상장도 수여하였다. 

 오늘처럼 따뜻한 봄이 오니 성인 문해 강좌에 참여하신 어르신들에게 결석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자고 당부의 말씀을 올린다.

안산동 월산 경로당 성인 문해교실

성인문해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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