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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산중에 봄마중을 하다

  • 기자명 김영란 (.)
  • 조회수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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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산중에 봄마중을 하다

비가 내리면서 얼었던 땅도 녹는다는 “우수”가 지나고

어제 몇 지인들과 봄꽃이 피었나 궁금하여 산에 올랐다.

벌써 소문을 듣고 왔다 갔는지 산중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흔적이 역력했다.

돌멩이가 우르르 몰려 있기도 하고 흙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새싹의 얼굴을 덮고 있기도 하였다. 일부 사람들은 모르고 꽃을 발로 밟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일행은 생명의 소중함 “아얏 발밑을 조심하세요” 문구를 적은 종이를 코팅하여 구경 오는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나무에 걸어두기로 하였다. 과연 꽃이 피었을까?

겨울산은 그야말로 황량하다. 몇 년 전만 해도 침엽수인 소나무가 많았다면 요즘 우리여수 지역에는 겨울이면 낙엽이 지는 활엽수가 대부분이다. 낙엽이 온통 져버린 산에 가다보면 왠지 쓸쓸함마저 드는데 그런 마음은 잠시일 뿐이다. 낙엽 밑에 살며시 내려다보면 꿈속에서나 봄직한 변산 바람꽃과 노란 복수초, 그리고 귀여운 노루귀까지 볼 수가 있다.

특히 이 작은 꽃들을 보려면 땅바닥에 납작 엎드려야 한다. 우리 일행 중에는 아예 땅에 몇 번이고 큰절을 한다고 서로 두 손 모우고 카메라에 사진을 담는다. 그러다가 깔깔 서로 보면서 웃는데 나는 작년에 보고 올해 보는 꽃들과의 인사지만 이 험난한 산 속에서 어찌 살아 이렇게 예쁘게 자기 몫을 할 수 있을까 참 가엽고도 대견스럽다.

 계절은 이렇게 소리 없이 오고간다. 아직 우리들이 사는 도시에는 여전히 두터운 재킷을 입고 시장 사람들은 장작불에 몸을 맡기는데 산에는 귀엽고 깜찍한 꽃들이 옹기종기 터를 잡고 피어난다.

 참 신기한 것은 꽃들도 군락을 이루면서 변산 바람꽃들만의 동네가 있고 복수초만의 마을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일상이 답답하고 세상살이 재미없을 때 가까운 우리 여수지역 산에 오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 야생화, 그 조그만 키에 생기발랄한 꽃을 대하면 잊혀진 추억 속 이야기가 도란도란 피어날 것만 같다.   사진은 위에서부터  차례로 변산바람꽃, 복수초, 노루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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