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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보며

  • 기자명 이미애 기자 (minatu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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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의 제라늄이 붉게 피어났습니다.

얼마 전 태풍 볼라벤때 늦게 들여놓은 탓에 꽃잎이 다 흩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도 며칠 동안 빛나는 햇살을 모아서 다시 피어난 꽃의 강인함에 미소 짓게 됩니다.

 볼라벤이 여수에 찾아 온 날 새벽 3시쯤 커튼을 살짝 걷어 보니 창밖의 나무들이 허리가 휘어질듯 휘청거리고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파트 3층을 올라설 만치 커버린 단지 내 나무들의 휘청거림이 머리를 산발한 아우성으로 느껴졌지요.

 이렇게 소란스러운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비는 덜해서 늘 수렁이 되고 넘치던 놀이터는 그만그만해 보였습니다. 그렇게 새벽이 되도록 소란스러움에 잠 못 이루었습니다.

 태풍 볼라벤이 걱정 했던 것 보다는 조용하게 지나갔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아침이 밝아 오고 밖에 나가 보니 키가 큰 히말리야시다는 뿌리가 뽑혀 있었고 즐겨 바라보곤 했던 분홍빛깔의 부채처럼 예쁜 꽃을 커다란 나무 가득 피우곤 했던 자귀나무는 마치 힘센 거인이 두 손으로 분질러 버린 듯이 두 동강나 있었습니다.

 나무들을 살펴보다가 한 가지 의문점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커다란 나무가 왜 정작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옆으로 만 뿌리를 펼치고 있었던 것인지 둘러보게 됩니다.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것은 무엇 때문인지. 그렇지 않아도 아파트 사이에 자리해서 키만 멀대처럼 커버렸는데 흙까지 자신의 맘 같지 않았나 봅니다.

 이십년 가까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자리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었던 나무를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는 어떠한지 되돌아보게 되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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