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세계박람회가 시작되면서 터미널 근처에서 교통안내 자원봉사를 하게 되었다.
아침 8시, 벅찬 기대와 함께 근무 장소에 도착하니 엑스포를 관람하기 위해 오신 분들이 아니라 시민들이 시내버스에서 내려서 복잡해 졌다.
몇몇 버스들의 종점이 버스터미널까지로 되어 버려서 다시 갈아타야 했다.
노선이 바뀌어버린 불편을 겪게 된 시민들의 바쁜 아침시간이 지나가고 열시가 가까워져서야 외지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손님들이 도착했다.
육교를 지나서 버스정류장까지 몇 분의 거리에도 두리번거리며 엑스포장까지 가는 버스 노선을 묻곤 했다.
그리고는 여수의 시내버스가 공짜라는 말에는 젊은 사람들은 ‘대박’이라고 환호 했으며 나이 드신 분들은 어떻게 버스 요금이 공짜일수 있는지 의아해 하셨다. 그렇지만 누구나 공짜라는데 환영은 기본이었다.
오후 근무조 였을 때 일이다. 멀리 경기도에서 자녀가 휴가를 보내 주었다며 3박4일의 엑스포구경을 오신 노부부가 밤 9시가 지나서야 도착하셨다.
숙박지는 향일암 근처 풍경팬션이라고 했다. 엑스포에서 향일암까지 며칠간이나 오고가실일이 안타까웠다.
멀리서 오셔서 피곤해 보였지만 정작 시내버스가 10시가 다 되어도 도착하지 않아서 그동안 말벗이 되어드렸더니 이번 휴가가 끝나면 6월부터는 손주를 봐주기로 하셨다고 했다.
오래전 여수에 대한 추억과 엑스포에 대한 기대로 두분 여행은 들떠 있었지만 캄캄해진 늦은 밤에 버스를 기다리는 심정 또한 불안정해 보였다. 시내버스 회사에 전화를 해 보았더니 10시 20분경에 막차가 있다고 했다. 장어구이와 서대회 집을 소개해 드리며 맛난 음식도 챙겨 드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몇 번의 봉사활동을 하며 엑스포 구성원이라도 된듯한 자부심도 느껴보았다.
몇 년 동안 준비해오고 기대해왔던 엑스포는 성공리에 막을 내렸고 엑스포2012가 새겨진 머그잔도 선물로 받았다.
이제 엑스포가 끝나면서 '승용차 안타기 운동'도 종료되었으니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마음 편하게 자가용을 타고 나가도 된다.
완공되기 전 소문이 무성했던 석창사거리 지하도로를 쌩쌩 지나오며 싱겁게 웃기도 하고 그동안 모두 수고했다며 자축하는 전광판을 보았다.
이젠 차분하게 이불도 빨아서 바지랑대를 세워 보송보송 햇살을 담아서 장속에 깊이 넣어 놓아야겠다.
하지만 라디오에서 흐르는 문화공연 소식에 귀가 번쩍 뜨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 가수 공연은 이미 보지 않느냐고 남편이 묻지만 구월은 아직 멀었는데 벌써 가슴이 설레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