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날씨가 벌써 가을을 느끼게 한다. 어느 아침 산책길에 나팔꽃이 피어있다. 직경 2cm도 안 되는 작은 꽃들이다.
나팔꽃은 연분홍, 핑크, 보라색을 띄는데 해가 뜰 무렵에 꽃이 활짝 피었다가 해가 중천에 떠오르면 입을 오므리기 시작하여 오후가 되면 이내 시들어버린다.
나팔꽃(Morning Glory)은 기쁨, 영광, 결속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지만, '덧없는 사랑'에 비유하기도 한다. "아침에 피었다가/ 저녁에 지고 마는/ 나팔꽃보다 짧은 사랑아/ 속절없는 사랑아~"라는,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란 노랫말에도 나팔꽃은 매우 짧은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다.
다른 식물들을 허락도 없이 감고 올라 자신의 목적을 이루는 꽃이지만, 9월 아침에 만난 나팔꽃 꽃잎에서는 무언가 짙은 그리움의 향기가 묻어나는 것 같다.
벌써 9월이다. 시간은 빠르게 가을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머지않아 추석도 다가오고 있어 마음은 무언가 바쁘고 어수선해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한여름의 혹독한 무더위에 숨 고르기를 하던 식물들이 서둘러 꽃을 피우며 열매를 키우듯이 이제라도 뒤돌아보고 마무리를 해야 할 것들은 정리해야 할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