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들녘에 서니, 바람결에 날아드는 풀벌레 소리가 애잔하다. 햇볕이 완연히 수그러들었고 파란 하늘에 솟아오른 하얀 뭉게구름이 마치 동화 속 그림 같다.
이런 모습을 보면 나도 모르게 릴케의 시 ‘가을날’을 읊조린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을 무르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열매의 무르익음을 재촉하시고...
봄날의 호명동 다랭이논은 하늘을 담은 물이 가득 채워지고 연둣빛 모판이 수를 놓아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었는데 어느새 가을이다. 올해는 추석을 전후하여 추수가 시작 될 것 같다. 릴케의 시처럼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다. “주여! 마지막 벼들을 무르익게 하시고 조금만 더 남녘의 빛을 주시어 이 땅에 황금빛 풍년을 내려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