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무더위에 도심에서 그늘을 찾다보면 흔히 등나무로 지붕이 잘 덮인 퍼골라(pergola)쉼터를 볼 수 있다. 이맘때 피는 꽃이 늘어지며 내는 향기도 좋지만 한여름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 쉼터로도 안성맞춤이다.
지는 벚꽃에 아쉬워할 때쯤인 요즘, 보랏빛 등나무 꽃이 절정의 순간을 맞았다.
등나무 쉼터에 손톱만한 꽃이 포도송이처럼 주렁주렁 맺혀 꿈같은 보랏빛 세상을 만들었다.
온통 보라색으로 뒤덮인 등나무 아래에서 사진 한 장 남겨보고 싶은데 벌들이 방해를 한다.
한참 동안 앉아서 상큼한 꽃향기를 즐기다 보면 아카시아 향 같은 진한 향기에 취해 코가 멍멍해지고, 벌 소리에 귀가 멍할 정도다.
꽃은 무슨 꽃이든 그 자체가 아름답지만 이맘때 주렁주렁 매달린 등나무 꽃은 더욱 매력적이다. 꽃향기가 깔끔하면서도 매력적이며 여운이 오래 남기 때문이다.
백과사전에 등나무를 검색해보니 5월에 꽃이 피고 9월에 열매가 익는다는데 이렇게 만개한 것을 보니 갈수록 꽃의 개화시기도 빨라지는 것 같다.
등나무 꽃 꽃말에는 환영’ ‘결속’ ‘사랑에 취하다.’ 라는 여러가지 꽃말이 있지만 등나무 쉼터를 찾는 사람들에게 "이곳에 오신 분들 환영합니다“라는 의미의 환영이라는 꽃말이 잘 어울릴 것 같다.
봄은 짧고 코로나는 끝날 기미가 안보여 더욱 애가 타는 요즘이다. 이럴 땐 가까운 공원의 등나무 쉼터를 찾아 꽃향기에 정신이 몽롱해질 때까지 취해보는 것도 힐링할 수 있는 방법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