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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과 균형의 미학, 무슬목 해변의 돌탑

  • 기자명 최설민 (musul@naver.com)
  • 조회수 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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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발 한파가 물러난 쾌청한 겨울날 탁 트인 해변이 그리워서 무슬목 해변으로 갔다. 몽돌과 모래사장이 한 폭의 그림을 걸어놓은 듯 길게 펼쳐진다.

무슬목 해변은 이처럼 자연 풍광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도 먼저 눈에 뜨는 것은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돌탑 행렬이다. 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이 소원을 빌며 해변에 쌓은 돌탑이 수 백 개에 달한다.

둥글둥글한 몽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돌탑의 불안정한 긴장감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이런 모습을 보고 차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지 소박하게 작은 돌 몇 개 쌓아 올린 앙증맞은 아기 돌탑도 보인다.

돌 하나 올려놓고 소원 하나 빌고, 동글동글한 돌덩이 위에 또 다른 돌을 올리며 떨구지 않으려고 정성을 다 했을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돌탑이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소원이 돌탑을 통해 하늘에 닿기를 바랐을 것이다. 돌탑을 쌓고 돌아 나오는 길에 행여 다른 이의 돌탑이 무너질까 조마조마하며 조심히 나왔을 것이다. 다른 이들도 나의 돌탑을 이처럼 귀히 여겨 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생겨났을 하나하나의 돌탑들이다 보니 귀하지 않은 돌탑이 없고 사연이 없는 돌탑이 없다. 돌탑을 쌓으면서 소망하는 것들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정성을 다해 쌓았을 것이다.

바람 부는 날 너울파도에 돌탑이 무너진다 해도 무슬목 해변에는 수 없이 많은 돌탑이 숲을 이룰 것이다. 그 돌탑의 행렬 위로 갈매기 울음소리 깃들고, 파도 소리가 깃들고, 소원을 비는 간절함이 깃들 것이다.

쾌청한 겨울날 탁 트인 무슬목 해변의 돌탑은 어떤 예술작품보다 가슴 뭉클한 감동을 주는 소원의 행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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