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이 예쁜 장척마을에 저녁이 시작되었습니다.
서쪽으로 지는 태양이 용광로처럼 불타지만 겨울이라 그렇게 뜨겁지 않습니다.
일몰시간은 갈수록 빨라지고 태양이 갈수록 오른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을 보니 동지가 가까이 왔나봅니다.
이렇게 긴 겨울밤을 일상으로 살다보니 ‘동지섣달 기나긴 밤’이라고 표현하는 노래가 생각납니다. 김소월의 ‘부모’ 라는 시에 곡을 붙인 노래가 있는데 가수 유주용씨가 불러 지금까지 인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모>
낙엽이 우수수 떨어질 때,
겨울의 기나긴 밤 어머님 하고
둘이 앉아
옛이야기 들어라.
나는 어쩌면 생겨나와
이 이야기 듣는가 ?
묻지도 말아라,내일 날에
내가 부모 되어서 알아 보리라.
(원시는 ‘알아보랴?’로 돼 있다)
(1968, 김소월 시/ 서영은 작곡)
요즘 저녁이 너무 일찍 찾아옵니다.
지금 이 순간이 밤으로 가는 통로입니다.
한낮을 불태웠던 태양도 몸을 식히려 바닷물에 들어가는 저녁시간입니다.
저녁은~
저녁은 태양이 달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시간~
가정에 아빠를 보내주는 시간~
옹기종기 모여 앉은 둥지에 행복과 위안이 내려앉는 시간~
그리고 동지섣달 긴긴밤을 근심으로 지새우셨던 어머님이 생각나는 시간~
어느덧 2020년 한 해도 저물어 가는 세밑입니다. 가는 해 오는 해 길목에서 올 한해 잘 마무리 하시고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