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바람이 연일 이어지고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모든 해산물은 살이 통통하게 오르고 더욱 맛있어지기 시작해서 알을 품기 직전인 봄까지 좋은 맛을 유지한다.
이럴 때 사람들은 몸에 좋은 음식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데 제철 맞은 해산물은 맛과 건강을 둘 다 챙기기에 그만인 식재료다.
여수에 살다보니 때가 되면 자연스레 생선회가 먹고 싶어진다.
가을의 끝자락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어서 방풍림과 몽돌해변이 예쁜 돌산 계동마을로 갔다.
계동마을은 규모에 비해 제법 많은 횟집들과 경관에 걸맞은 펜션들이 들어차 있다.
내가 계동마을에 온 진짜 이유는 계동 뼈꼬시를 먹고 싶어서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선착장에 들어서니 배에서 팔딱팔딱 뛰는 자연산 물고기 통을 들고 횟집으로 향하는 어부가 보인다.
‘뼈꼬시’는 어린 물고기의 내장과 비닐을 제거하고 뼈와 살을 통째로 썰어 만든 일종의 ‘뼈회’다.
계동마을에는 6개의 대형 횟집들이 성업 중이다. 모든 횟집들은 뼈꼬시를 주 메뉴로 하고 있다.
계동마을의 뼈꼬시는 3인 기준 한 접시 8만원, 4인은 10만원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하다. 양도 많고, 품격 있는 곁들이 음식이 풍족해서 자주 찾게 된다.
곁들이 음식으로는 멍게와 해삼, 전복이 횟감으로 나오고, 새우, 소라, 고구마 튀김, 문어숙회와 제철 맞은 굴이 나온다.
곁들이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니 곧이어, 본 메뉴인 뼈꼬시가 나온다.
상추와 깻잎 한 장에 뼈꼬시를 올리고 풋고추와 마늘 그리고 양념 된장에 쌈을 하면 그 맛이 예술이다.
쫄깃쫄깃한 육질에 살에 붙은 부드러운 뼈를 꼭꼭 씹으면 고소한 감칠맛이 느껴진다.
상추나 깻잎 한 장에 뼈꼬시 몇 점 올리고 풋고추와 마늘 그리고 된장빵에 쌈을 하면 그 맛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배가 충분히 부르지만 매운탕에 밥들어 갈 배는 따로 있나보다. 뼈꼬시의 마무리로 매콤하게 끊인 매운탕에 밥한 공기 치우니 ‘함포고복(含哺鼓腹)’이라는 한자성어가 떠오른다. 말 그대로 ‘배불리 먹고 배를 두드린다’는 뜻으로, 풍족하고 유쾌한 삶의 첫 번째 조건이 배불리 먹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