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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익는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 기자명 방길자 (cys2651@naver.com)
  • 조회수 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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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면 봉두마을 가는길이 온통 감빛으로 물들었다. 제철 맞은 단감뿐 아니라 어른 주먹보다 큰 대봉감들이 가지가 찢어지게 주렁주렁 달려서 누렇게 익어간다. 사이사이 홍시가 되어 빨간 부끄러운 얼굴을 보기만 해도 달콤한 홍시 감들도 보인다.

나무에서 홍시 되어 그 쫀득하고 달콤한 맛은 생각만 해도 옛 추억을 소환한다.

어릴 때부터 일상으로 감을 보고 먹고 자라서 그런지 아직도 감을 무척 좋아한다. 그 달달한 맛 때문인지 추억 때문인지 과일 중에서도 감이 제일 좋다.

요즘 감 값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단감 한 망태에 1만원씩에 팔리고 있다. 많이 사두고 오래 먹고 싶지만 단감은 오래 보관하기도 쉽지 않아 망설여진다.

들녘에는 벼를 추수하는 콤바인이며 파릇파릇 자라고 있는 김장용 배추며 길가에 씨앗을 까맣게 종종 달고 아직도 피어있는 코스모스들을 보면 마음이 넉넉해진다. 가을볕에 노랗게 감 익어가는 계절의 향기에 취해 나도 주황색 수채화가 되고 싶다.

나도 가까운 지역 산자락 어디 땅뙈기라도 사서 감이라도 좀 심어볼까 싶지만 돈도 돈이지만 과일이 저절로 열리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풀 베고, 가지치고, 거름 주고, 농약하고...그 과정을 생략하고 부모님이 감 따가라고 전화 오던 시절이 사무치도록 그리운 오늘이다. 가슴 속에 감빛을 남기고 부모님이 계셨던 그 자리로 간 그 아이의 가족이 겨울을 무탈하게 보내고 따뜻한 봄을 맞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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