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가는 가을이 저의 발길을 자꾸 잡습니다.
골목길을 걷다가 붉은색으로 곱게 물든 담쟁이를 만났습니다.
봄부터 여름 내내 담쟁이가 한없이 푸르렀는데... 지금은 온통 가을 색입니다.
담쟁이 단풍의 고운 빛 기름기 흐르듯 반짝이는 잎새에서 가을의 풍성함이 느껴집니다.
검붉은색으로 변한 담쟁이는 이제 얼마 후면 마지막 잎새를 떨구고 그리고 겨울이 오겠지요.
단풍이 아름다워지려면 우선 낮과 밤의 온도차가 커야 하고, 일사량이 많아야 예쁜 단풍이 된다고 하는데 올해가 딱 그런 조건을 갖춘 해라고 합니다.
빨리 코로나가 끝나서 안심하고 예쁜 단풍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성큼 다가온 가을 풍경을 보고 있자니, 시가 생각나는데요.
이럴 때 어울리는 시가 도종환의 '담쟁이'입니다.
꽃보다 아름다운 담쟁이 단풍이 어찌 이리 고운지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고 사진으로 보여드릴게요.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 담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