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도 봉화산 산책로에서 엉겅퀴 꽃을 발견하고 발길을 멈췄다. 지금껏 본 어떤 색보다 엉겅퀴 색감이 기가 막히다.
산이나 들에서 흔하게 자라 여름이면 보랏빛의 꽃을 피우는 엉겅퀴는 예로부터 관절염과 간에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엉겅퀴 꽃은 아름다움 만큼이다 다양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성모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뽑아 낸 못을 묻은 장소에서 피었다고 전해져 기독교의 성화(聖花)가 된 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엉겅퀴가시가 마녀를 쫓고, 가축의 병과 벼락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준다고 믿고 있다.
스코틀랜드에는 국화인 엉겅퀴에 대한 이야기가 내려온다. 10세기 중엽 스코틀랜드에서는 적의 척후병이 엉겅퀴를 맨발로 밟아 비명을 질렀기 때문에 기습이 발각되어 전쟁에서 이기게 되어 나라를 구한 꽃으로 알려져 있다.
엉겅퀴에 얽힌 또 다른 전설도 있다. 젖소를 길러 우유를 짜서 장터에 팔러 다니는 한 소녀의 이야기이다. 무거운 우유 통을 머리에 이고 장터로 팔러 가는 소녀가 엉겅퀴가시에 찔려 넘어지면서 돌에 머리를 부딪쳐 어이없게도 죽고 말았다. 소녀는 죽어서 자기가 기르던 젖소로 환생해 자기를 찌른 길가의 엉컹퀴만 보면 뜯어 먹었다. 소가 엉겅퀴를 잘 먹는 것은 좋아서가 아니라 미워서 잘 먹는 것이라 여긴다.
엉겅퀴와 관련하여 우리나라에도 전설이 있다.
몽골의 침략으로 조정을 강화도로 옮기고 최후까지 항전할 때 몽골 병사에게 겁탈을 당한 여인이 자결한 자리에 피어난 꽃이 엉겅퀴였다. 그래서 엉겅퀴는 겨울에도 죽지 않아 고려 여인의 정절을 상징하는 꽃으로 여겼다.
엉겅퀴 꽃말 중에 ‘건들지 마세요’가 있다. 자신이 건드림 당하는 걸 싫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만지는 사람에게 상처 줄까 두려워 붙여진 꽃말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