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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카피라이터’ 그래서 ‘나도 카피라이터’

  • 기자명 한선주 (dutnakstp@hanmail.net)
  • 조회수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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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진남문예회관에서 열린 '여수아카데미'를 다녀와서

비가 많이 내렸다.

한 남자가 구겨진 레인코트를 벗었다. 청바지에 흰 운동화를 신었다. 무대에 올랐다. 진한 연필심 냄새가 났다.

굵은 빗줄기도 코로나19도 인기 카피라이터 앞에 백기를 들었다. 2020년 여수시 시민명예기자단 세 번째 현장취재 '여수아카데미'다.

▲ 18일 진남문예회관 여수아카데미 무대 위 정철 카피라이터  ©한선주
▲ 18일 진남문예회관 여수아카데미 무대 위 정철 카피라이터 ©한선주

 

'사람이 먼저다' , '나라를 나라답게'

올해 두 번째 열린 여수아카데미 강연자는 대통령의 카피라이터 정철(정철 카피 대표)이었다. 그는 현직 교수이며 작가다. 30여년을 전문 카피라이터로 살고 있다.

누구나 카피라이터

정철은 여수 출신의 글쟁이다. 경제학 전공이지만 대한민국 광고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한다. ‘카피라이터란 광고에 쓰이는 문장을 만들어 내고 남의 이야기를 대신 해주는 사람이다. 그의 글쓰기 노하우를 한 수 배워보자.

'짧은 글을 효과적으로 쓰는 방법은 관찰과 발견이다'

글쓰기가 힘든 건 너무 잘 쓰려고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 생각을 그대로 종이 위에 내려놓듯 써보자. 수많은 낱말들과 씨름하다 원하는 문장을 찾았을 때 희열을 느낀다.

▲ 정철 카피라이터의  '걸레'  ©한선주
▲ 정철 카피라이터의 PPT사진  '걸레' ©한선주

 

'글은 눈으로 쓰는 것이다'

걸레를 관찰해보자. 걸레의 본질은 더러운 것을 닦아내는 것이다. 희생하는 성직자와 어두운 조폭을 발견한다. 극심한 양면성을 보여준다. 관찰의 시간은 길어서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온다. 그 때 멈추지 말고 뚫어지게 관찰하자.

종이컵을 관찰해보자. 물을 마셔 버린 후, 분리수거가 될 텐데...... 만약 종이컵에 액체가 아닌 고체를 넣어 본적은 없는가? 그럼 확장해보자. 상상력을 키워보자. 종이컵을 통해 용기(容器)가 가진 숨은 진가를 알 수 있다.

종이컵에게

너는 물이나 커피를 담는 싸구려 용기였다. 환경에 부담만 주는 허접한 용기였다. 그러나 너는 다시 태어났다. 촛불을 담는 용기로 다시 태어났다. 아빠 손에 들린 너는 저항이었고, 엄마 손에 들린 너는 기도였으며, 아이 손에 들린 너는 희망이었다. 이제 사람들은 네 이름 앞에 '싸구려''허접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는다. 네 이름은 용기다.

, , ......처럼 한 글자로 된 단어들은 인간에게 소중하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책상 앞에 5~6백자를 붙여놓고 262개의 글로 한 글자라는 책을 탄생시켰다.

발은 손에 비해 열등하다는 생각을 하지만 손보다 중요한 일을 할 수 있다. 손이 쥘 수 있는 것은 겨우 1m 정도. 발이 움직여줘야 한다. 누군가에게 다가가야 모든 관계가 시작된다. 악수도 포옹도 키스도 발이 있어야 한다.

짧은 문장은 역발상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탄생한다.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써라.

사람들은 익숙한 것에 반응하지 않는다. ‘로미오와 성춘향처럼 낯설고 불편한 조합으로 시선을 잡아라. 기사 헤드라인으로 좋다.

▲ 정철 카피라이터의  '결혼 청첩장'  ©한선주
▲ 정철 카피라이터의 실제 '결혼 청첩장' ©한선주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가득 찼던 고마워요, 질병관리본부는 그의 카피다. 마스크에 새겨진 글 몇 줄에 가슴 뭉클했던 기억도 있다.

글은 누군가 읽어주길 바래서 쓰는 것이다라는 그의 말처럼 간결한 문체와 재미난 글은 읽는 사람도 즐겁다. 김밥 썰 듯 잘게 잘게 짧게 쓰라는 그의 조언을 되새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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