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머리에 짐을 이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정겹고 어린 시절이 생각나 카메라를 들게 된다.
내 또래 중년의 농촌 출신이라면 누구나 물동이를 이고 물독에 물을 채웠고, 빨랫감을 이고 냇가에서 빨래를 했고, 땔감을 이고 경사진 산비탈을 내려오던 힘들었던 기억이 있을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머리에 짐을 이고 가는 사람들을 보면 눈이 따라 가고 관심과 정감이 살아난다. 물론 그분에겐 치열한 삶의 현장이고 일상이겠지만 말이다.
소라면 달천마을 앞을 지나다가 고추모종을 머리에 이고 가는 중년의 여자 농군을 보니 옛추억이 떠오르고 지금이 고추 심을 때임을 알게된다.
도시 사람들은 이맘 때 꽃구경을 가고 맛 집 찾아 식도락 여행을 떠나지만 농촌은 농번기 철이다. 비라도 올 것 같으면 모종을 심어야하기 때문에 더 바빠진다.
물건을 머리에 이는 것은, 적당히 무거운 짐을 나르는 방법 중 하나로, 요즘에도 농촌이나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협소한 장소나 장거리 운반이 필요할 때 물건을 나르는 데는 머리에 이고 가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머리에 물건을 이려면 균형 잡을 수 있는 많은 경험과 요령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많이 보던 일상의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요즘은 할머니들도 작은 바퀴를 이용하는 카트형태의 도구를 사용하여 짐들을 운반한다.
어린 시절의 힘들었던 추억이 한 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머리에 물건을 이고 나르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 이제는 옛 추억이 되어서 나의 잊혀진 시절을 건드리는 정서로 자리하고 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