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아란 가을 하늘 아래 호명동 들녘이 황금색으로 일렁입니다.
바람에 일렁이는 황금들녘을 보니 마음마저 풍족해지는 기분입니다.
벼 한 톨이 저렇게 노랗게 익을 때 까지 얼마나 많은 농부의 손길이 필요했을까.
농부에 땀방울이 황금 들녘으로 변해 머잖아 본격적인 추수가 이루어질 것 같습니다.
멀리서 보면 이렇게 풍성하고 아름다워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니 태풍이 지나간 자리에 벼들이 쓰러져 있습니다. 쓰러진 벼들을 보니 정말 가슴이 아픕니다.
농사를 짓다보면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는지라 하늘이 주시는 만큼 만족하고 기뻐하는 게 농부의 마음 인 듯합니다.
어릴 적 이맘때 시골 학교에서는 농번기 방학이라고 해서 3~4일 정도 농가의 일손 돕기를 위해 방학을 했습니다. 그 시절 농사일 돕기는 힘들고 지루한 일이었는데 요즘은 콤바인이 몇 번 지가가고 나면 벼 베기와 탈곡까지 한 번에 끝나버리니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부지런한 농부들은 벌써부터 내년에 수확할 마늘 밭을 일궈 놓고 날씨가 좀 더 추워질 날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상이 지루하고 힘들 때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 농촌마을에 오면, 어느덧 성큼 우리들 곁으로 다가온 가을의 멋을 만끽할 수가 있었답니다.
익어가는 황금들녘을 걷다보니 향긋한 풀내음과 야생화의 그윽한 향기가 너무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