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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두장수 이야기

  • 기자명 방길자 (cys2651@naver.com)
  • 조회수 22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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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우리집 장독대 옆에는 오래된 앵두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앵두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4월엔 못자리를 만들어 볍씨를 뿌렸다,

앵두열매가 새빨갛게 익는 5월엔 논에 모내기를 한다.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온종일 모내기를 마치시고 지친 몸으로 돌아오실 때, 나는 부모님께 새빨간 앵두를 따다 드렸다.

앵두의 꽃은 늦게 피지만 열매는 가장 먼저 익는 과일이다.

골목길을 지나가는데 담장너머로 꽃보다 예쁜 앵두가 빨갛게 익었다.

대부분의 과일이 가을이 되어야 익지만 앵두는 5월이 제철이다.

앵두같은 입술이라고 하더니 어쩌면 이렇게 선명하고 예쁠까?

앵두 열매가 빨간색으로 익는 것은 보색인 초록 숲속에서 훨씬 더 잘 드러나 새들의 먹이가 되어 멀리 멀리 번식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세종대왕은 앵두를 좋아했다.

그래서 언제 앵두를 찾을지 몰라서 늘 앵두를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겨울에는 저장이 어려워서 못했는데 갑자기 세종대왕이 겨울에 앵두를 찾았다.

그래서 전국에 파발을 보내 앵두를 구해오는 사람에게는 큰 상을 내리겠다고 했다.

그런데 경기도 안성에 사는 장사꾼이 큰 상에 눈이 멀어서 술에 담근 앵두를 물에 깨끗이 씻어 싱싱한 앵두처럼 해서 진상을 했다.

그는 큰 상을 받았지만 발각될까 두려워서 도망치고 말았다.

하지만 곧 술에 담갔던 거라는 걸 알고 그 앵두장수를 잡아들이려고 안성으로 갔지만 그는 이미 산속 깊숙이 사라져버린 후라 끝내 잡지 못했다.

그 앵두장수는 큰 이익은 남겼지만 세상에 나와 써보지도 못하고 일생을 숨어살아야만 했다.

그래서 잘못을 저지르고 어디론지 자취를 감춘 사람을 앵두장수라고 한다.

실록에 의하면 문종은 궁궐 후원에 앵두를 심었다가 열매가 익으면 세종에게 바치곤 했다.

지금도 경복궁 안에는 앵두나무가 많은데 그것은 앵두를 좋아한 세종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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