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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죽이 당기는 날

  • 기자명 이기자 기자 (-leegija20@hanmail.net)
  • 조회수 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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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손맛이 그리워서 찾는 곳

한여름 엄마는 더위를 무서워 않고 한 솥 가득 팥죽을 끓이곤 하셨다.

팥을 푸욱 무르게 삶아 진하게 국물을 내면 콩의 진한 자줏빛이 그렇게 고울 수가 없다.

손수 밀가루 반죽을 밀어 엉기지 않도록 마른 밀가루를 폴폴 뿌려가며 나풀나풀 털어서, 있는 채반 다 내어 늘어놓는다.

가마솥에 장작을 모으고 손잡이가 긴 나무주걱으로 휘이 저어가며 팥물을 진하게 끓이신다.

마치 용광로처럼 끓어올라 때로는 그 팥물이 튀어 팔의 부드러운 부분은 화상을 입기도 한다.

밀 면발 투하, 긴 나무주걱으로 면발이 힘차게 끓어오를 때까지 잘 저어준다.

불의 온도와 솥 안에서 품어져 나오는 열과 한여름 날 불볕의 열기로 엄마의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는데... 표정은 밝고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다.

정성이 듬뿍 들어간 팥죽의 맛은 말해 뭘 할까!

옆집, 앞집, 큰집, 작은 집 모두 나눠 먹고도 양이 남는다.

남은 죽은 양푼에 담아서 장독대에 얹어둔다.

식은 죽 맛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진한 팥물과 부른 면발의 적당한 응고에서 오는 기분 좋은 식감.

나무의 불맛과 가마솥에서 어우러지는 팥물과 면발의 깊은 조화 그리고 엄마의 땀도 몇 방울 쯤.^^

알려준 레시피처럼 끓여서 맛볼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음식은 사랑이고 정성이라는 걸 엄마에게 잘 배웠다.

옛날 방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고운 가을날이다.

그래서 마음이 외로울 수 있다.

그때는 **분식으로 가서 팥죽을 먹는다.

한 그릇 비우면 온 몸이 따뜻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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