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 - 비린내
방금 건져 올린 생선들을 손질한다. 쓱쓱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걷어낸다. 어지러이 튄 생선비늘이 반짝 빛난다. 이내 쪼그려 앉은 작업방석에 이리저리 들러붙는다. 피해갈 수 없는 생선비린내. 절로 코를 막는다.
│아줌마 감행하다 - 가출
꽃무늬 몸빼 바지에 대충 꿰어 신은 슬리퍼, 손에 잡히는 대로 들고 나온 가방. 그나마 목 늘어진 티셔츠가 아니어 다행이다. 계획된 가출은 아닌가보다. 습관적으로 억누른 삶에 대한 연민이었을까? 기왕 감행한 가출 유급가출이었으면 한다. 뭘 할 건지, 뭘 하고 싶은지 그걸 고민하는 중이었으면 참 좋겠다.
│꿀잠이 솔솔 - 힐링
침대에 털썩 드러누워 휴대폰에 이어폰을 연결해 음악을 듣는다. 절로 눈이 감긴다. 다문 입술사이로 나도 모르게 흘러나오는 노래. 포개진 두발은 리듬에 맞춰 까딱까딱. 묵직하고 부드러운 고양이가 살포시 함께 쉬어주면 전기매트가 필요 없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