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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고슬라비아에서 온 아가씨

  • 기자명 김다남 기자 (.)
  • 조회수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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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회포로 늦은 시내버스를 타고 귀가 중이었다.

버스 안에서 기사님께 외국인 아가씨가 약도를 보여주면서 그곳에 내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었다.

마지막 버스라 그 두 명과 필자밖에 없었다.

운전 중인 기사님은 "말로 하세요" 한다.

필자 또한 다음 정류장에 내려야 했다.

어줍잖지만 해결해야할 것 같아 가까이가서 약도를 보니 영어로 표기되어 있다.

'동정-성-당 이면... 우리 주변인 것 같은데...'

더 멀리 가지 말고 내리라고 해서 같이 내렸다.

정류장에 앉아 자세히 보니 동정성당이었고 다른 것은 읽을 수가 없었다.

"동정성당?" 하니까 "예스! 예스!" 한다.

택시를 타야할 구간인데... 그러기도 애매했다.

"나와 같이 갈 수 있어요?" 했더니, "예스! 예스"한다.

날 엄마처럼 믿어주는 것 같다.

나 또한 딸 같은 생각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우리 딸은 1년 동안 세계일주를 시작해서 지금 11개월째다.

아시아를 거쳐 지금은 남미, 칠레 쪽에 있다고 한다.

내 딸이 외국에서 이렇게 헤매고 있진 않을까 내심 걱정이 되면서 그녀를 돕기로 했다.

밤 10시경, 가로등도 없는 골목길을 약 20분 정도 동행하면서 어디서 왔느냐고 어줍잖은 영어로 물어봤다.

이탈리아 옆 유고슬라비아에서 친구를 찾아 왔단다.

아시아는 물론이고 서유럽 5개국과 이탈리아, 터키, 호주, 뉴질랜드 등 외국여행을 많이한 덕으로 어느정도 말이 통했다.

거기서 여기까지 대단하다고 칭찬도 하고, 둘이서 재밌게 얘기하면서 성당 앞에 도착했다.

성당을 가리키면서 다 왔다고 하니까 "노"란다.

또 벽에 부딪혔다. 이를 어쩌나...

이곳에 두고 갈 수도 없고, 주변에 물어볼 곳도 없고, 집으로 데려갈 수도 없고, 정말 난감했다.

본인도 뭐라고 하는데 알아들을 수가 없다.

표기된 또 한곳은 읽을 수가 없다.

상권 같지도 않고 지명도 아니었다.

112에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순경 두 분이 오셨다.

성당 아래 다문화 가정인가가 있다면서 그곳으로 안내했다.

외국인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OK"한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온 아가씨.

열시간이 넘는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서 서울,  서울에서 여수터미널로, 여수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대단한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나 또한 덕분에 좋은 일을 한 것 같아 마음이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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