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낳고 우리가 만들어낸 한 시대에 대한 잔상과 환영. 반 전체 53명 콩나물시루 같았던 학급의 역사가 흐른다. 이들의 삶은 세대와 세대 사이 뚜렷한 바톤존으로 남아 한 시대를 주름 잡았으리라. 사람은 가도 역사는 남았으니 그때에나 지금이나 여전히 삶은 진행형이다.
오늘도 생각나는 먹거리는 대단한 관심과 행복이다. 사람이 먹기 위해서 사는 건 아니지만 먹는 즐거움이 크다.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마음과 정신적 결핍이 폭식을 부르고 때로는 거식을 부르기도 한다. 폭식과 거식 사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맛있는 행복’을 누리고 있다.
사라진 봄을 소환하다. 그 후 여름이 오고 가을이 시작되었다. 지나간 봄날의 추억이 아련하다. 흐드러진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던 날, 잠시 지나간 계절의 한가운데로... 가을에 생각하는 봄은 아주 낯설다. 그건 우리들 마음이 매몰찬 것이다. 봄날의 내 마음을 돌아보라.
꽤나 익숙한 나의 모습. 생각이 깊어지면 사유가 된다.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정리될 듯 정리되어지지 않는, 몰입해 보지만 답을 끌어내지 못하는 듯하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것, 불분명하고 확실하게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쫓아가는 생각의 여정을 보여준다. 이 경계를 넘어서면 답이 보일까!
의자가 벗어놓은 슬리퍼. 여기 의자가 있다
작은 말발굽 무늬를 지닌 레오파드
한 마리의 의자가 되어버린
원이 먼 길을 달려와 쉬고 있다
시선이 닿는 곳에 벗어 놓은 슬리퍼는
바다에서 빌려온 푸른빛을 떠다닌다
창 밖에는 레오파드가 사냥해 온 여자가
아름다운 꿈을 꾸고 있다
보랏빛 머리카락들이 꿈속에서 빠져나오고
심심한 고요는 방안 가득 번지고 있다
화면을 가로질러가는 은하수 아래
지금 여기 붉은 칸나는 피어나는 의자가
잠든 여자를 껴안고 있다.
시 신정민 그림 속에 이야기가 흐른다.
맑은 연못에 얼굴을 비췄을 때 거울같이 반사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한가운데 작은 돌멩이 하나를 던졌을 때 생기는 파장과 물결로 인해 온전했던 내 모습이 왜곡되고 굴절되는 것이 재미있다. 그런 상황에서부터 작업이 시작된 것 같다. 사람이나 동물, 사물의 실제 이미지와 물그림자 이미지가 대비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작가는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다. 2016년 작품에 이어 2017년 이번 작품도 좋다.
작가는 거대 자본주의의 상징인 미국 맨해튼의 거리 풍경을 통해, 개인과 사회적인 시스템의 조화를 표현하고 있다. 인간과 기계 문명, 인간과 도시 시스템, 자본주의 시스템, 개인과 사회, 자연과 인공 등. 도시는 문명의 모습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인간의 도전과 업적, 위대함을 보여준다. 만약 이들이 조화롭지 않다면, 도시는 마비가 되겠지. 렉싱턴 거리는 오늘도 질서 있게 흐름을 유지한다.
비린내가 난다. 갑자기 사람이 등장하고 생선이 가득 쌓여 있고 아낙네들의 이야기가 왁자지껄하다. 그러다가 이내 사진 속의 풍경이 사라진다. 비린 냄새만 여운처럼 코끝에 머문다. 정지된 화면이 순간 살아서 숨을 쉰다.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혼이 담긴 사진이다.
사람마다 작품을 보는 기준이 있다. 집으로 모셔가서 걸어두고 때때로 감상하고 싶은 그림이 있다. 바로 그런 그림이다. 부드러운 바람에 잔잔하게 물결치는 표현이 좋다. 심심하지 않도록 풀꽃을 그림 한 편에 살짝 앉힌 게 마음에 든다. 두고 보아도 오래오래 편안할 거 같은...
관람자들 놓치지 않고 꼭 보는 작품이다. 동선 상 첫 관, 처음 자리에 배치된 작품이다. “음식물 쓰레기가 작품이 되었네요” 색채의 강렬함 때문인지 많은 사람의 발길을 부른다. ‘인간이 머물다 간 자리’ 제목과 작품이 어울린다. 그리고 생각하게 한다. ‘수박이 잘 익었고 조금 더 깨끗하게 먹을 것이지...’
작품과 모두 대화하려면 서른 하루의 날들이 소요될 지도 모른다. 특별히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들이 있다. 세계박람회 D동 전시홀에서 휴식의 시간이 되기 바란다.
제7회 '2017 여수 국제아트페스티벌'
*전시 기간 : 2017. 09. 15~10. 15
*전시 장소 : 여수 세계박람회장 D1~D5관, 엑스포아트G
*관람 시간 : 매일 10:00 ~ 18:00
*참여 작가 : 400명(국내 353명, 국외 47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