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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기자명 김영란 (yacht8457@hanmail.net)
  • 조회수 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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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우동 한 그릇> 공연을 보면서

 

 

햇살은 맑고 하늘은 높다. 9월 8일(금) 저녁 7시.

여수시민회관에는 <우동 한 그릇> 연극을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어린이부터 제법 연세가 많으신 할머니까지 삼 대가 함께 온 듯한 가족들도 눈에 띄었다.

<우동 한 그릇>공연은 일본 소설가 구리 료헤이의 작품으로 지난 2003년부터 전국으로 공연을 다녔다고 한다.

현재까지 32차 공연을 했다고 한다. 관람을 끝내고 보니 정말 그럴 만 하다고 생각된다. 바로 감동이 있었다.

우리가 각박한 삶에 시달리면서 잃어버린 배려와 희생이라는 소중한 마음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 뜨거운 호응은 소설 원문 그대로 무대에 올렸다는 것인데 배우들은 웃음과 행복을 선사하고 끝까지 감동의 눈물을 안겨 주었다.

<우동 한 그릇>은 우리 딸과 초등1학년 때 함께 읽었던 감동적인 소설이기도 해서 이번 연극이 다소 기대 되었다.

행여 다시 이 연극을 볼 수 있다면 어느덧 대학생인 된 딸에게도 권유하고 싶다.

관람하면서 새록새록 내용이 생각났다.

 

그해 섣달 그믐날이었다. 일본 우동집 <북해정>에서는 마지막 손님을 비웠다. 이제 문을 닫으려고 할 때 남루한 줄무늬 코트를 입은 여자가 두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 그들은 3명인데도 우동 1인분만 시켰다. 세 사람은 무척 조심스러워 보였다. 주인 아저씨는 그들을 보고 우동 1인분에다 반 인분을 더 넣었다. 그들은 아주 맛있고 즐겁게 얘기하다 돌아갔다.

일 년 뒤 같은 날 또 그들이 왔다. 그리고 그들은 또 우동 1인분만 시켰다. 그때 주인은 여느 때와 같이 우동 1인분에다 반 인분을 또 넣었다. 그리고 그들은 또 맛있게 먹고 갔다... 또 그 다음해 이번엔 우동집 주인이 그들을 기다렸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오자마자 금년부터 올라갔던 우동 값을 다시 작년이랑 똑같은 가격으로 바꿨다. 그리고 2번 식탁 (그들이 올 때마다 앉는 곳)  위엔 예약석이란 팻말이 놓여졌다. 그들은 많이 바뀌었는데 형은 중학생 교복, 동생은 작년에 형이 입고 있던 점퍼를 입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엄만 작년이랑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들은 우동을 2인분 시켰다. 이때 주인 아저씬 우동 3덩어리를 넣었다. 그리고 그들은 또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그들은 아빠가 사고로 돌아가신 이후  엄청난 빚을 졌다. 그런데 오늘 그 빚을 다 갚았다는 거다. 그 이유는 형이 아침저녁으로 신문배달을 해주고 동생은 엄마가 할 몫인 저녁밥을 책임진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동생이 작문을 썼는데, 제목이 <우동 한 그릇>이었다. 

그 내용은 정말 감동적이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있었던 이야기들을 쓴 것이다. 주인부부는 그 내용을 듣고 울고 또 울었다. 글 속에는 주인부부가 마지막으로 인사했던 '고맙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라고 주인이 그렇게 소리쳤는데, 동생은 마치 자기들에게 ' 지지 말아라! 힘내! 살아갈 수 있어!'라고 들리는 것 같다고 썼다. 그리고 그들은 우동을 다 먹고 떠났다.

그뒤, 몇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그들은 오지 않았다. 그러나 2번 식탁에는 예약석이란 팻말을 놓았다. 사람들이 물어 볼 때마다 주인들은 우동 한 그릇의 내용을 들려줬다. 과연 그들이 언제 다시 찾아 왔을까요?

중략~~ 중략~~

 

가을이다. 여수 시민 모두가 보았으면 참 좋은 공연이었다.

추억의 우동집, 북해정을 찾아 도서관이든 숲길이든 발길이 닿는 곳으로 걸어보자.

갑자기 내 앞에서 공연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던 젊은 아빠의 모습이 떠오른다. 남자도  감성이 있구나. 그래 가슴이  살아 있었어. 살아 있네! 그럼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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