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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병제도'에 깃든 정약용의 마음에 공감하다

  • 기자명 이기자 기자 (leegija20@hanmail.net)
  • 조회수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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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교육문화회관 성인독서회 강진 문학기행

2017. 06. 29(목) 여수학생교육문화회관 주최 두 번째 문학기행지는 강진이다. 오전에 다산기념관과 다산초당을 돌아보고 점심 후 한국민화뮤지엄을 일정으로 기행을 시작한다. 가뭄이 해갈되는 많은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임에도 불구하고 강진에서의 시간은 유익했다.

정약용의 강진 유배 18년의 세월은 그를 더욱 빛나게한 시간일 수도 있다. 그에게 유배의 시간이 없었다면 조선 후기 실학을 완성했다할 정도로 방대한 책을 저술할 수 있었을까! 뼈 속까지 양반인 그가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수령의 지침서 <목민심서>, 홍역 치료에 관한 의학서적 <마과회통>, 아동 한자 학습서 <아학편>, 다산초당의 4경을 묘사한 <다산사경첩>,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은 <하피첩>과 '매화병제도', 풍자의 글 <요조첩>, 편지글 <다산 간찰> 등 다양한 저술서를 통해 다산의 박학다식한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다.

특히 다산의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있는 <하피첩>과 '매화병제도'가 인상깊은 자료로 남는다. 1806년, 부인 홍씨가 남편을 그리워하며 시집올 때 가져온 치마를 보내온다. 이것을 정성스레 잘라 두 아들에게 훈계의 내용을 적어 엮은 것이 하피첩이다. 그리고 시집가는 딸에게 그림을 그려준 것이 '매화병제도' 이다.

'매화병제도'는 꽃을 피운 매화나무 가지에 다정하게 앉은 새 두 마리를 그려넣고 아비의 마음을 담은 시를 행서로 써넣었다. 딸아이 8살에 귀향길에 올라 이제 21살이 된 그 딸이 시집을 간다고 하니 '아비의 애틋함과 비통함'이 어떠 했겠는가! 집안의 번창을 기원하는 축하의 마음이 잘 담겨있다.

 △'매화병제도' 1813년 비단에 수묵 45×19cm 고려대 박물관 소장

 

   파르르 새가 날아 내 뜰 매화나무에 앉았네 
   짙은 향기에 이끌려 홀연히 찾아 왔으니 
   이제 여기 머물며 네 집으로 삼아 즐겁게 살렴  
   만발한 꽃인지라 그 열매도 가득 맺으리                      
                                                      - 다산 정약용

유배에서 풀린 다산은 고향으로 돌아가 자신의 저작을 총정리한 여유당집을 완성한다. 그리고 1836년 75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자택인 여유당 뒷산에 묻힌다. 초당으로 오르는 길에 밖으로 돌출된 나무 뿌리에서 '다산의 강인함'을 다시 보는 듯 하다. 삶의 역경에 좌절하지 않고 생산적인 저술로 승화시킨 그의 강단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

 

△다산초당으로 오르는 길 위로 돌출된 나무 뿌리 ©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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