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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을 치유해준 놀라운 ‘여수 버스커’들

  • 기자명 한선주 기자 (dutnakstp@hanmail.net)
  • 조회수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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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 예술인들의 토요상설공연을 응원하며...

'치유라고 생각했다...
도려낼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오로지 음악과 포옹이 어루만져 줬다.’ 

 

지난 24일 토요일, 여수시 국동항 수변공원에 울려 퍼진 색소폰과 오카리나 연주를 잊을 수 없다. 확 트인 바닷가 공원에서 가슴 찡한 아름다운 장면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필자는 여수시 행사축제평가단으로 공연을 평가하려고 일부러 국동항을 찾았다. 처음 타본 버스노선. 버스운전기사에게 ‘국동항’을 물으니 대답이 없고, ‘국동어항단지’라고 재차 물으니 그제야 끄덕인다. 앉아있던 승객 한 분이 손짓하며 ‘나도 거기서 내려요.’라고 한다. 필자가 이방인처럼 보였나 보다.

  “거기 뭐 보러 가요?”
  “네, 오늘 색소폰 연주가 있다고 해서요”

멀리 보이는 수변공원까지 주민의 친절한 안내로 쉽게 찾아갔다. 여수에 살면서도 이곳을 찾긴 처음이다. 그만큼 올 일이 없었다.

오후 5시. 야자수 나무가 이국적 향취를 풀풀 날리는 널찍한 공간. 멀리서 들리는 은은한 소리. 연주자는 색소폰을 꼭 껴안고 힘껏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의 연주곡은 오래전 대한민국 국민의 가슴을 젖게 만든 조용필의 ‘창밖에 여자’였다. 색소폰 연주가 낯설지만, 괜히 마음이 뭉클했다.

리허설 하는 동안 네 잎 클로버를 찾으며 시간을 보냈다. 고기 굽는 냄새. 사실 이곳은 취사 금지구역인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 텐트도 줄지어 서 있다. 치킨과 음료 등 간식을 챙겨온 시민은 이곳에 취사가 허용되면 좋겠다고 한다. 그만큼 국동항 수변공원은 주민들에게 친근한 장소였다.

오후 7시. 색소폰 오프닝 합주곡이 끝나고 중간중간 오카리나 연주도 좋았다. 색소폰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등 넓은 음역을 연주할 수 있고 한국인이 좋아하는 악기라고 한다. 이날은 여수에서 활동하는 색소폰 연주동호회 중 하나인 ‘여수 색소폰 러브 동호회’의 공연이었다.

 

 

윤시내의 ‘열애’가 연주되자 한 사나이가 양손에 빈 술병과 페트병이 든 쓰레기봉투를 들고 저벅저벅 무대 앞으로 나간다. 순간 관객석은 경직됐다.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 시선은 그와 사회자에게로 향한다. 사나이는 무대 한구석에 얌전히 쓰레기봉투를 내려놓았다. 공연 관계자는 그를 제지하지 않고, 괜찮냐고 물어보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혼자 무대 앞에 서서 천천히 원을 그리며 리듬을 탄다. 조용히 서있던 사회자도 그와 함께 스텝을 밟기도 하며 연주가 끝나자 그를 안아줬다. 사나이는 울고 있었다.

곧이어 사회자가 마이크를 들었다. 신청곡이 들어왔다고 조용필의 ‘돌아오지 않는 강’ 연주가 시작되자, 조금 전 등장했던 남자가 비틀비틀 스텝을 밟는다. 그리고 또 한 명의 관객도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춤을 춘다. 밝은 조명이 그의 부족한 손가락에 그림자를 남긴다.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를 향해 달리는 여수만큼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는 곳도 드물다. 규모가 크고 이름난 축제뿐 아니라, 거리에서 보여주는 다양한 공연은 더위와 피로에 지친 이들에게 시원한 사이다같다. 더구나 이번 공연처럼 무대 앞으로 나간 관객과 그를 기다려주고 안아주는 공연자의 따뜻한 모습은 감동이었다. ‘여수 밤바다는 화려한 건만 아름다운 게 아니었구나’

 

*여수시 주최 '2017년 토요상설공연'.
일시 : 매주 토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9월 30일)
장소 : 거북선공원, 성산공원, 국동 수변공원
여수에서 활동하는 9개 문화예술단체가 시민들에게 다양한 문화공연을 선보인다.

*토요상설공연 국동항 수변공원 일정표(공연문의 문화예술과 061-659-4736)
7월1일 여수오카리나앙상블예울
7월8일 비바체밴드동호회
7월15일 대한가수협회
7월22일 노리터사람들
8월5일 나누리색소폰연주회
8월12일 한국연예예술인협회
8월19일 여수학원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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