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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이 삶을 충분히 만끽하라!

  • 기자명 이기자 기자 (leegija20@hanmail.net)
  • 조회수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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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될 때>

 

 

삶이 영원하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삶이 영원할 것처럼 우리는 살아간다. 너무나 무심하게 내일이 또 올 것이라고 믿으며... 베케트 포조의 말처럼 삶은 너무나 짧은 '잠깐'이기에 충분히 고민할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삶을 의식하고 일부러 '살아 있음'에 직면할 필요가 있다.

폴 칼라니티가 죽어가며 쓴 <숨결이 바람될 때>를 읽고 가능해진 일이다. 그는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고뇌에 빠지기보다는 남은 삶에 직면한다.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기를 다짐했다.' 폴은 예상생존기간을 촘촘히 따져가며 남은 생을 의미롭게 살아낸다.

그리고 초연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숨결이 바람될 때>는 서른 여섯 젊은 의사 폴 칼라니티의 마지막 순간의 기록이다. 책을 덮으면서 오래지않아 이 책을 다시 펼치게 될 것을 안다. 이번에는 느릿느릿 내 삶에 직면하면서 읽어나간다. 삶을 이토록 진지하게 바라보게 해주는 책은 흔치 않다.

"석 달이라면 나는 가족과 함께 그 시간을 보내리라. 1년이 남았다면 늘 쓰고 싶었던 책을 쓰리라. 10년이라면 병원으로 복귀하여 환자들을 치료할 것이다." 결국 수술실로 복귀하여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레지던트 수료를 앞두고 병의 악화로 의사의 길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 과정들을 용감하게 글로 써내려간다. 의사이면서 말기암 환자로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과의 이별을 앞둔 삶의 절실함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한부의 삶 동안 오히려 그가 계획한 일들을 모두 이룬 셈이다. 결국 생명이 임박한 폴 칼라니티는 소생치료를 거부하고 맑은 정신으로 숨을 거둔다. 이 책의 마무리는 그의 아내인 루시가 대신한다.

루시는 '비록 지난 몇 년은 고통스럽고 힘들었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충만한 시기이기도 했다. 매일 삶과 죽음, 즐거움과 고통의 '균형'을 힘겹게 맞추며, 감사와 사랑의 '새로운 깊이'를 탐구한 시기였다.'라고 표현한다. 죽음 앞에서도 삶에 경건했던 폴 칼라니티의 용감한 삶에 감동했다.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이 책을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죽음 속에서 삶이 무엇인지 찾으려 하는 자는 그것이 한때 숨결이었던 바람이란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이름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오래된 이름은 이미 사라졌다. 세월은 육신을 쓰러뜨리지만, 영혼은 죽지 않는다. 독자여! 생전에 서둘러 영원으로 발길을 들여놓으라.

- 브루크 풀크 그레빌 남작, <카엘리카 소네트 83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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