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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앞뜰, 매화꽃이 얼굴 얼굴 피었다

  • 기자명 김영란 기자 (yacht8457@hanmail.net)
  • 조회수 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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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꽃이 얼굴 얼굴 피었다

“그동안 우리 헛살았어요.” 2017년 여수시는 국가평생교육진흥원 ‘문해의 달 선포식’과 제 4회 성인문해 골든벨 및 시화전 개최 추진 계획 중이다.

지난 2월17일. 여수시 성인문해교실 운영에 따른 강사 위촉식이 있었다. 24개소로 학력인증 교실 및 농어촌 지역과 신규교실에 각각 임명되었다.

문해 교실은 3월부터 12월까지 복지관과 경로당에서 한글 수업을 하게 된다. 지난 1년 동안 학습했던 경로당을 찾아가 보았다.

밭에 풋것들 따다가 아파트 앞 노점에 앉아 팔고 있는 나씨는 3월이 기다려진다. 하루 벌어야 몇 천원인데 할아버지와 산간을 일궈 소일거리로 키운 것을 가져와 판단다. 상추 천원이요, 냉이 한 바구니에 이 천원이요!

돈을 셀 줄은 알았지만 어떻게 글 쓰는지 잘 몰랐다고 한다. 작년 3월부터 경로당에서 한글을 공부한 뒤로 자신감이 생기고 노래도 부를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눈이 침침하고 힘들어도 공부는 재미있다며 동료 어르신들과 즐겁게 공부하였다고.

 "그땐 다 그랬었어. 여자들에게 공부는 무슨 생각이나 있었는 줄 아나. 바쁜 일손 거드느라 바보, 멍청이라 소리 듣고 살았어도 다들 그러고 사는 줄 알았당께."

87세에 처음 연필을 잡은 어르신은 상추 배추 무 띄엄띄엄 읽는다. 곁에서 지켜보던 아흔 세 살 어르신의 음성은 그래그래 옳지, 잘 한다 맞장구 쳐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공책 한권을 모두 가방나비다리미로 채우고 왔다고 자랑이다. 밤새 쪼그리고 눈 비벼 가며 코피를 흘려가며 아들한테 잔소리 들어도 좋단다.

앞장서서 큰소리로 읽는 학생은 칭찬을 하고 아직 더듬거리며 입을 여는 학생에게는 같이 소리 내어 읽어 보자고 용기를 준다.

못 배웠어도 바느질은 잘 한다고 스스로 위로할 줄도 아는 그 깊이마다 오늘도 얼굴들 밝게 핀다.

늘상 바라보는 바다와 산 가까이 꽃과 나무가 커왔듯이 그림은 뭔 그림이냐고 학생이 공부를 해야지요. 쉬이 웃지도 그리지도 쓰지도 못하고 있는데 경로당 앞뜰 매화꽃이 얼굴 얼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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