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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에게 꼭 필요한 '친구'

  • 기자명 이기자 기자 (leegija20@hanmail.net)
  • 조회수 7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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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도의 동백꽃과 동박새 이야기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나기 전, 12월부터 해가 바뀌어 4월까지 붉은 동백꽃과 그 꽃의 꿀을 탐하는 동박새의 날갯짓을 볼 수 있다. 오동도의 겨울이 삭막하지 않은 이유이다.

꽃망울을 터트린 동백꽃의 향연을 기대하며 혹시 동박새를 볼 수 있을까! 느릿느릿 섬 한 바퀴 산책길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르게 피기 시작한 몇 그루의 동백꽃이 그 아쉬움을 달래준다.

가까이 있는 섬이어서 함부로 찾는 섬 오동도. 하지만 알면 알수록 신비한 이야기와 슬픈 전설을 담고 있는 애틋한 곳이기도 하다. 이 도시의 오랜 역사를 품은 아득한 섬 오동도에서 오후의 한 나절을 소일한다.

옛날 옛적에 탐욕스런 왕이 있었다. 후손이 없던 왕은 언젠가 왕위를 빼앗기고 동생의 두 아들 중 한 명이 왕이 될 거라는 초조함으로 그들을 몹시 경계한다. 왕의 마음을 알아차린 동생은 닮은 아이들을 곁에 두고 친 아들들을 멀리 피신시킨다. 이를 눈치 챈 왕은 도망친 조카들을 잡아다가 아비에게 명령한다. "네 진짜 아들들이 아니라고 하니 당장 죽여라." 가혹한 현실 앞에 아비는 그 자리에서 자결을 하고 그 핏빛 자리에서 동백나무가 자란다. 죽은 아이들은 동박새가 되어 홀연히 그 나무를 찾아와 둥지를 틀고 함께 살아간다.

전설처럼 '지극한 부성애'를 담고 있는 동백나무는 동박새와 실제로 매우 '친함'이 있다. 동박새는 주로 꽃의 꿀을 좋아하는데 특히 동백꽃의 꿀을 좋아한다. 꿀을 빨 때 꽃가루가 동박새의 머리와 등에 잘 붙어서 가루받이(인공수정)를 도와준다. 그래서 동백꽃을 '조매화'라고 한다.

지금은 개화를 서두른 몇 그루의 동백꽃을 소중하게 감상할 뿐이다. 기대했던 동박새는 아직 만날 수 없다. 오므린 꽃봉오리가 펑펑 터져 섬 전체가 동백꽃으로 환해질 즈음, 홀연히 찾아와 둥지를 트는 동박새도 함께 만날 수 있으리라.

동박새와 지천으로 피어있는 동백꽃 보기를 기대한다면, 아직은 이른 오동도 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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