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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황족의 자존심을 지키다

  • 기자명 이기자 기자 (leegija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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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덕혜옹주> 속 이우 왕자

 

 

영화 <덕혜옹주>는 극적인 재미를 위해 픽션을 가미했다 밝히고 시작한다. 비록 억지스러운 각색이 있긴 하나 일제강점기 마지막 황족들의 비극적 삶을 이해하는데 충분한 모티브가 되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 태어났더라면 인생의 우여곡절 없이 평탄한 삶이었을 이덕혜는 덕혜옹주였기에 비련의 주인공이 된다. 의지대로 되는 건 없고 강제적인 삶 속에서 여린 덕혜옹주는 정신병 환자로 생을 마감한다.

만약 그녀가 이덕혜로 거듭나서 현실을 좀 더 대범하게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갔다면 그래도 그녀의 삶이 비극적이었을까!. 그런 의미에서 영화배우 고수가 연기한 이우왕자를 생각하게 된다.

실제 얼짱 황손으로 알려진 그는 영화 속에서 굉장히 진취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영친왕과 가련함을 자아내는 덕혜옹주와 다르게 호쾌한 인물형이다. 짧은 컷에 담긴 그는 독립운동가다운 면모와 반일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이우왕자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의 차남이다. 고종의 손자이자 순종의 조카다. 일곱살 어린 나이에 볼모로 일본으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육사를 졸업한 후 일본군 육군 포병 장교로 생활한다. 실제로 영특하고 강단이 있으며 애국심이 있는 인물이다.

일제 치하 조선의 정당화를 위해 일본 정부는 그에게 영친왕, 덕혜옹주처럼 정략결혼을 강요하나 이를 거부한다. 일본인과 결혼하지 않기 위해 박영효의 서손녀 박찬주와 혼인을 한다.

 "이 결혼에 대한 나의 신념은 확고하며 따라서 변경할 수 없소. 장차 어떤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내가 질 것이오."

일제의 전쟁 막바지 1945년 6월, 운현궁에 머물며 전역을 신청하기도 하고 조선에 배속시켜 달라고 청원을 넣지만 결국 거절 당한다.

"일본의 패전은 기정 사실이며 한국이 독립되는 건 시간 문제다. 이제 그만 일본 군복을 벗고 조선(운현궁)에 살고 싶다." 그의 의지를 보면 환경에 순응하면서도 황손으로서의 자존심을 굳건히 지켜가는 인물이다.

1945년 8월 15일 해방된 이후, 황손의 전통을 꿋꿋하게 이어갈 인물이 있다면 단연코 이우왕자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해방을 보지 못하고 8월 6일 히로시마에서 말을 타고 출근하던 도중 원자폭탄 투하로 피폭되어 다음 날 사망하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죽을 당시 일본인이었다는 이유로 일본 전범들이 묻힌 야스쿠니 신사에 함께 묶여 지금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영화 <덕혜옹주>를 통해 비련의 주인공 덕혜옹주를 애틋하게 공감하고 더불어 조연급 이우왕자를 탐구하게 하니 볼만한 영화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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