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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 지리산에 가시려거든...

  • 기자명 이기자 기자 (leegija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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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사골 간장소에 꼭 발 담그시라

 

성하의 지리산은 한계절이 느리가는 바다를 닮았을까! 여름인 듯 여름 아닌 여름 같은 산, 지리산의 매력은 한여름에도 계속되고 있다. 특히 정령치를 넘는 청랑한 바람의 감촉은 남은 여름 내내 마음 속 청량제가 될 듯 하다.

도시의 기온은 점점 올라가고 사람들은 냉방기에 의존하면서 다시 그 열기로 기온은 더 올라가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삼복 더위에 왠 산? 가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 간장소에 발을 담그면 짜릿하게 전해오는 그 냉기를. 발 끝에서 시작되는 서늘함이 한 순간 온 몸을 관통하고 머리 끝까지 서늘해지는 이 기분.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깊은 산 만이 주는 특별함이다.

뱀사골 트레킹은 걸으면 여름, 한 고비 쉬면 서늘한 늦가을 쯤, 땀 흘리고 쉬고를 반복하면서 차례로 만나는 요령대, 탁용소, 뱀소, 병풍소, 간장소까지 총 6.8km. 계곡을 흐르는 물소리, 이끼 낀 바위의 오래됨, 축축하게 젖은 돌길을 터벅터벅, 원시의 자연림 속으로 나는 사라진다. 어느새 자연과 하나되는 진정한 '공존'과 '겸손'을 체득하게 되고 아무런 것도 욕심내고 싶지 않다!. 옥빛 계곡물에 발 담그며 한순간 느끼는 무아의 기분 또한 달콤한 휴식이다. 태초의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라 감히 표현한다.

뱀사골의 하류, 중류, 상류 차례로 낮아지는 기온차를 계곡물에 담근 두 발이 전해준다. 최상류 간장소에서는 정말 단 한번의 짧은 담금으로도 짜릿, 한겨울에 걸리는 동상을 염려할 정도이다. 중간 중간 반달곰 위험 표지는 오히려 스릴감을 주고 만약 여기서 사나운 곰을 만난다면^^, 상상의 시간으로 등골이 오싹해진다.

많이 흘린 땀 만큼 해독의 시간으로 다가오니 하산길 6.8km 총13.6km는 그야말로 '행복한 고단함'이다.

이원규의 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유장한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 몸이 달아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불일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은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화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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