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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꽃섬 상화도를 아시나요?

  • 기자명 이기자 기자 (leegija20@hanmail.net)
  • 조회수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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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섬 여행기

강렬한 태양이 정오를 지나 서쪽으로 기울어갈 즈음, 동네 한 바퀴 마실을 나갔다. 돌담 위에 건강하게 핀 능소화가 가장 먼저 반긴다. 무궁화꽃이 탐스러운 돌담길을 따라 마을 언덕길을 오르려니 경사도가 심해 어느새 땀이 흥건하다.

낯선 섬마을에 대한 호기심에 이끌려 오른 곳은 언덕 위의 정자. 정면으로 백야도가 멀리 보이고 오른쪽 앞으로 하화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좌우로 길게 펼쳐진 하화도에 비해 상화도는 동그랗게 아담한 섬이다.

 봉숭아, 나팔꽃, 만수국, 참나리, 코스모스, 자귀나무꽃, 누리장꽃 등 어느 지역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들이 자유로이 피어 있다. 어, 돌담으로 쭈욱 이어지는 집들마다 대문이 하나도 없다? '사람 살기 참 좋은 곳인가 보다!'

저녁 무렵 따가운 햇살을 피해 잠시 선선한 틈을 이용해 밭일을 하는 모습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콩을 두드리는 모습, 고추를 말리는 모습, 밭엣 것을 수레로 나르는 모습 등 섬 사람들의 해넘이 시간은 분주하기만 하다.

웃꽃섬 2길을 걷는데 낯선 이에게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어디서 왔소?" 묻는다. "꽃섬이라고 하는데 특별히 꽃이 많이 피어 있지 않아요?" 마당에서 토란줄기를 다듬고 있는 83세 황근애 할머니와 잠깐 이야기를 나눈다. " 봄이 아니라 그래." 멀리 하화도 쪽을 가리키며 "저 섬에 꽃이 더 많을 거여. 일부러 심었은께. 사람들은 여가 더 많이 살지."

상화도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스물 한 살에 상화도 남자와 혼인을 했고 젊은 시절 남편을 여의어 2남4녀 자식들을 홀로 키워 모두 뭍으로 보내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다고 한다. 긴 세월 힘든 삶일 텐데 무심하게 이야기한다. "자석들이 여수로 나와 살으라고 하는데 난 여 섬이 좋아! 교통 불편한 거 빼곤 살기 좋은 곳이여." 한 컷 남기려는데 "검게 그을린 얼굴 뭣이 이삐다고!" 한사코 손사레를 치셔서 포기하고 만다.

총 30가구 조금 넘게 주민이 살고 있는데 주로 1인 가족 할머니들이 많고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 탓인지 할아버지는 3분 정도 남녀 성비의 차가 심하다. 길을 돌아 선착장 쪽으로 내려 가는데 대부분 오르막길이어서 힘들게 올라오는 수레를 뒤에서 가만 밀어주니 " 누가 밀고 있소. 뉘 집 사람이여?" 등이 굽은 할머니의 상체가 오르막길과 평행을 이룰 정도다.

수 년동안 여름 햇살과 바닷바람으로 검게 그을린 얼굴이지만 측은한 생각은 잠시, 건강한 할머니의 미소로 섬사람의 인정이 정겹다. 묵고 있는 웃꽃섬 펜션에서 바라본 섬은 고요하다 못해 어느새 지루해지려 하는데 곳곳에서 만난 섬 사람들은 어느 곳에서나 치열하고 사람 냄새가 물씬하다.

둘레길이라고 하나 아직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고 하화도와 다르게 인적이 드물어 여름 풀들로 무성하다. 상화도를 찾는 사람들은 조용히 머물다 조용히 떠나는 모양이다. 일행들은 바닷가에서 소라 고둥을 잡으며 짠물에 몸도 담그고 섬 여행의 한 재미를 느끼고 있다. 갖추어진 해수욕장이 없고 개발이라는 흔적이 덜해서 상화도는 아직 섬답게 자연스럽다.

날 좋으면 바다로, 짬짬이 밭일을 병행하는 365일 성실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더위로 느슨해지는 한여름의 이 게으름이 오히려 사치스럽다.

'때묻지 않은 자연과 어우러진 섬 사람들의 마음이 꽃 같구나!' 바다 위에서 점점 멀어지는 섬을 보며 동백꽃과 섬모초, 진달래로 뒤덮일 상화도의 봄을 상상해본다.

웃꽃섬, 이름처럼 아름다운 섬 사람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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