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 2층까지 좌석을 꽉 채운 아이들의 환호성과 함께 공연이 시작되었다. 조명은 은은했고 '빠빠리 마술사'로 알려진 김민형의 진행은 더없이 매끄럽고 창의적이었다. 무대에 등장하는 마술사 마다 각기 다른 마술을 선보였는데, 갑자기 비둘기가 나타나고 돈이 쏟아지고 알록달록 공들이 튕겨져 나왔다. 크고 작은 꽃이 피거나 사람이 사라졌다 나타나고 카드로 상대방의 마음도 읽는다. 시간이 갈수록 마술은 무르익고, 관중은 넋을 빼앗긴 듯 조용히 집중했다.
공연 중, 사진 촬영은 절대금지였는데 휴대폰 불빛이 비치기라도 하면 주의를 받았다. 무대 위 공연자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관람매너는 잘 지켜져야겠다.
무대에 오른 9명의 마술사중 15세 최연소 마술사 공인성의 무대가 단연코 최고였다. 재미난 음악에 맞춰 신문을 보던 배고픈 소년이 사탕을 만들어 내는 마술이었는데 관중은 마술사의 손놀림에 감탄을 쏟아냈다.
마술은 무대, 음악, 연극, 스토리텔링, 기술, 관객이 집합된 복합 예술이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직업이 ‘마술사’라고 하는데, 그만큼 마술의 역사가 길다고 한다. 마술이 정교한 속임수라고는 하나 각박한 세상을 예쁘게 물들여주는 이 착한 환상이 기막히게 매력적이었다. 선진국처럼 우리나라도 마술을 즐기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어 ‘마술사’란 직업이 연예인처럼 인기 직종이 될 날도 멀지 않은 것 같다.
공연이 끝나자 마술사 사인전이 이어졌는데, 뒤섞여 순서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어른들, 정성껏 사인하는 마술사 모두 행복해보였다. 2013년부터 해마다 열린 ‘여수 전국 마술대회’는 내년에도 성황을 이룰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