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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고지를 아시나요.

  • 기자명 이선심 기자 (ssl0357@hanmail.net)
  • 조회수 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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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면 안도의 동고지마을,

여수에서 객선을 타고 한 시간쯤 달리면 유서 깊은 섬 안도를 만난다.

 배에서 내려 선착장을 돌아가면 마을입구에는 아름드리 당산나무가 있고, 이곳을 기점으로 마을을 안고 돌아가면 금오도와 안도를 잇는 연도교가 보인다.

좌측 바닷가 길을 빙 돌아가면 삼거리가 나오고 좌측 언덕 쪽으로는 그리 오래되지 않게 보이는 길이 잘 닦여져 있다. 그 길을 따라 언덕을 넘으면 정면으로 아름다운 백사장이 펼쳐진다. 그 언덕마루에는 무심히 지나칠 수도 있을 정도의 작은 이정표가 하나 있다. ‘동고지마을’ 그 길을 들어서면 차량 한대가 겨우 지나다닐 수 있는 작은 오솔길을 만난다.  그 길을 따라 가다보면 10여 호 남짓 되는 아주 작은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마을 주변으로 방풍나물을 재배하는 푸른 밭이 여러 모양으로 펼쳐져 있고 각이 지지 않은 구불구불한 오솔길이 바닷가까지 이어진다.  작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이런 곳에 사람이 살고 있었나 하고 의아해 할 만큼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고즈넉한 마을 이다. 

어머니 품 속 같이 아늑한 이 마을에 들어서면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몇 발짝 걷다보면 어느샌가 동심으로 돌아가 있다.  외발뛰기 깨금질에 동요까지 절로 불러진다.  길가의 밭둑으로 이름 모를 들풀들도 반기는 듯 한들거린다.  여기저기 줄기를 뻗은 호박넝쿨에 매달린 호박들도 탐스럽게 반긴다.  천천히 걸어서 바닷가에 다다르면 앞이 탁 트인 바다 저 멀리, 크고 작은 섬들과 갈매기 떼 몰고 다니는 크고 작은 고깃배 들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내려온 길을 뒤돌아보면 어머니 가슴팍에 마을이 묻혀있는 형상이다. 아늑하고 따뜻한 품 속에 온 마을을 포근하게 감싸 안은 듯 비바람과 추위를 모두 막아주고 어떤 외풍과 잡귀도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게 보호하여서 이렇게 자연 그대로 남아 있나보다.

섭섭잖게 낚시대에 걸려 올라오는 물고기들, 썰물로 빠져 나간 바닷가에서 고둥도 주워보고 거북손도 따본다. 아직은 오염된 자본의 손길이 덜 미친 이 곳, 누구나 한번쯤 편안한 맘으로 쉬어가고 싶어질 듯한 이 아름다운 마을이 바로 동고지다.  너머론 고운모래가 아담하게 펼쳐진 백사장이 있어서 해수욕도 하고 조개도 캐며 지천으로 널려진 비단고동과 백합조개껍질 등을 주어다 목걸이도 만들면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즐기던 동고지를 잊을 수가 없다.

사시사철 언제 찾아가도 좋은 곳,  밤이면 풀벌레소리 반딧불을 벗 삼아 하룻밤쯤 꼭 자고 와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추억이 가득한 그 곳이 최근 국립공원지정 명품마을로 개발된다는 소식을 듣고 안타까운 맘이 먼저 앞섰다. 마치 남몰래 숨겨놨던 보물 상자를 다른 사람 눈에 띄어 빼앗긴 기분이 이런 것일까?

편리하고 보기 좋게 개발을 하는 것도 좋지만 도시인이 누구나 동경하고 꿈을 꾸는 동고지마을 같은 이런 곳은 자연 그대로 보전했으면 더욱 값어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앞선다. 너무도 아쉬워 얼마 전 일부러 시간을 내어 동고지로 달려가 보았다. 역시 공사 중이었다.  몇 군데 새로 지은 집도 보이고 아직 공사 중인 곳도 있었다. 모든 건 그대로 인데 식당이 새로 지어졌고, 있던 집을 다시 수리하여 혹시 찾아오는 길손이 있으면 민박집으로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자동차 한 대가 다니기 비좁은 길을 서로 비켜 다닐 수 있는 교차로 지점을 만들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여겨진 점은 개발이란 미명 아래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는 일은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국립공원관리공단의 방침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바라건대 그렇게 아름다운 동고지를 더 이상의 인위적 개발은 자제하고 오랫동안 이어온 마을사람들의 인정과 자연환경 그리고 전통생활양식을 잘 보존하여 도시생활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힐링을 위한 여행지로 오래토록 남아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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